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월남전이 끝난 1973년 이후 살기가 힘들어 잘 살아보겠다고 미국 이민을 선택한 1세들은 문화와 언어와 인종 차별을 극복해 가면서 삶의 터전을 개척해야 되는 역경을 겪어 가면서도 자녀들에 대한 교육열이 대단했다. 그런데 마음과 열의 뿐이지 실제로 자녀들 교육을 위한 연구나 지식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인 조건만 지원해 주면 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자녀들이 1등과 최고의 학점으로 일류대학을 가야된다는 그릇된 교육열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과 자녀들이 자신이 못다한 꿈을 대신해주기 바라는 보상심리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개중에는 잘 적응한 자녀들이 있고 반발과 반항으로 빗나간 경우도 많다.
그 다음은 자녀들의 결혼 문제인데 이민 1세들은 자녀들이 한국사람과 결혼해야 된다고 믿고 그것을 당연한 철칙으로 생각했다. 나 역시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부모들과는 상관없이 자녀들이 외국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해 당황을 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됐다. 이민 1세들이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될 현실을 무시한채 자녀들이 한국사람과 결혼해야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외국사람과는 절대로 결혼해서는 안된다고 열을 올리며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결혼할 수 없다고 반대를 해 가정에 불행을 자초한 경우도 많이 발생했다.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은 그들의 삶이요 꿈이요 행복이지 우리의 것이 아닌데 나와 많은 이민 1세들은 자신들의 뜻이 가장 옳고 그것이 자녀들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양보와 이해를 못하고 고집불통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교육은 지식을 넓이는 과정이지 1등을 위한 것은 아니다. 결혼은 서로 사랑하고 미래와 행복을 위해 선택하는 것이지 부모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도와주면서 여러가지 선택의 방법과 자녀들의 견해를 참작하고 인간사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면서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뿐 강요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다.
나도 박사학위까지 받은 막내딸이 미국 젊은이와 결혼하겠다고 해 앞이 캄캄했다. 두 사람 앞에서 반대하고 화를 낼 수도 없어 고심 끝에 결혼이란 중요한 인생의 중대사 이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여러가지 문제들을 검토하고 일년 후 결정하자고 미룬 다음 막내가 한국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되고 1년이 다 됐다.
고민을 거듭하며 막내가 미국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그들의 행복을 위한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 때문인가 이민을 선택하면서 자녀들이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이민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10년이상 신문에 칼럼란을 통해 여러가지 견해를 논해온 자신이 자신의 딸이 미국인과 결혼한다는 것을 이해 못 한다면 글을 쓸 자격이 없는 위선자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