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삶과 생각] 놓치며 살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14 15:23:47

삶과 생각,전명혜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명혜(전 방송작가)

 

망설이다보면 가을 작물은 쉽게 심을 시기를 놓치게 된다. 겨울 장마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심는 봄 작물과는 달리, 너무 더워서 또 아직은 수확할 것이 남아있으니 매몰차게 밭을 비우지 못해, 가을 작물은 그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것 없다. 밭도 쉬어야 한다.

내 텃밭은 1미터짜리 틀밭(raised bed) 세 개와 부추, 파, 미나리, 돌나물이 심겨있는 화분 텃밭이 전부다. 작지만 충분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크기다. 

물론 처음엔 욕심만 앞서 틀밭도 더 만들었고, 갖고 있는 화분마다, 작물도 종류 가리지 않고 빼곡히 심었다. 자라면서 작물들끼리 엉켜 엉망이었지만 깻잎 몇 장, 토마토 몇 알, 파 몇 뿌리의 수확이 엄청난 것 같아 마냥 뿌듯했다. 해가 지날수록 나름 내 농사 기술은 나아졌다. 

하지만 수확과 정비례하진 않았다. 몇 해가 지나니 이상하게도 어설프게 씨앗 뿌려서 한 첫 해 농사만도 못했다. 거름을 주었더니 반짝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이게 해결책인가 싶어 다음 해엔 거름을 더해 같은 작물을 똑같이 배치해 심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답은 우연히 찾게 됐다. 가뭄까지 겹친 그해, 수확도 시원치 않은 텃밭에 물을 주는 건 사치지 싶었다. 서둘러 여름작물을 모두 뽑고, 다음 해 봄에도 유혹을 물리치고 텃밭을 놀렸다. 거의 일 년 반, 밭을 쉬게 하고 새 마음으로 시작한 텃밭 농사는 성공이었다. 

그렇다면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밭은 비웠지만 그동안 쌀뜨물, 커피가루, 달걀껍질 등으로 땅의 힘을 길러주었기 때문일까? 물론 이런 노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밭을 쉬게 했던 것이지 싶다.

농사법 중에 ‘연작 금지’라는 게 있다. 무슨 법령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계속 심지 않는 이 방법은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농약 없이 해충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연작에서 오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윤작(돌려짓기), 휴작(땅 쉬게 하기) 등의 방법이 있는데, 같은 땅에 심을 땐 무나 배추는 2년을, 토마토는 3년, 가지는 5년을 쉬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틀밭 세 개중 가끔 하나를 쉬게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작물도 바꾸어 심을 수 있어 연작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땅, 텃밭의 소유주에게 땅을 놀게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나은 수확을 위해선 쉬게 하고,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디 텃밭 농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는가! 며칠 게으름으로 놓치고,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모두 날려 버린다. 분명 더 좋은 기회는 온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 합리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배고픈 여우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타운하우스 보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은 흔하다. 한국에서도 시골에는 노년층이 남아 있고 젊은 세대는 대부분 도시에서 생활한다. 도시에는 일자리도 많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내 마음의 시] 님은 나의 봄

월우 장 붕  익(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긴 겨울 끝에눈이불 뚫고 고개드는수선화이듯이님은 설레이는 기쁨으로내 마음에 찾아왔습니다 님의 몸짓 하나로온 세상은어느새 봄빛으로 물듭니다.

[애틀랜타 칼럼] 최악의 상황에 맞서라

이용희 목사 고민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캐리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 조절 장치를 개발한 기사이며 캐리어 회사의 사장이었던 윌리스 H. 캐리어가 실행했던 방법

[법률칼럼] 미국 이민, 이제는 ‘기록’이 아니라 ‘패턴’을 본다… 2026년 심사의 변화

케빈 김 법무사  2026년 현재 미국 이민 심사는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개별 사건이나 특정 기록 중심으로 판단이 이루어졌다면, 최근 흐름은 신청자의 전체적인 ‘행동

[행복한 아침] 꽃가루  폭력

김 정자(시인 수필가)   꽃가루가 씻겨 나갈 만큼의 비가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꽃가루가 천지를 덕지덕지 뒤덮는 호통 속에 하루들의 지친 걸음이 지속되고 있다. 세상은 전쟁으로 인

[신앙칼럼] 수미상관(首尾相關)의 하나님: 왕사남의 당당함 (The God of Symmetrical Correspondence: The Poise of a Man Who Lives with the King, 요한복음 1:1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장막을 치신 왕: 비굴하지 않은 자존감“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삶의 새로운 관점이 열릴 때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새해에 삶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나가는 세계관의 변화에 의한 미래 지향적인 삶의 도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삶의 새로운 통찰력은 유익한 관점을 창

[추억의 아름다운 시] 님의 말씀

김소월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두 달은길어 둔 독엣물도 찌었지마는가면서 함께 가자 하던 말씀은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나무는 밑그루를 꺾은 셈이요새

[삶과 생각] 길과 줄
[삶과 생각] 길과 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