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놓치며 살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9-14 15:23:47

삶과 생각,전명혜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박명혜(전 방송작가)

 

망설이다보면 가을 작물은 쉽게 심을 시기를 놓치게 된다. 겨울 장마가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 심는 봄 작물과는 달리, 너무 더워서 또 아직은 수확할 것이 남아있으니 매몰차게 밭을 비우지 못해, 가을 작물은 그 시기를 놓치곤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것 없다. 밭도 쉬어야 한다.

내 텃밭은 1미터짜리 틀밭(raised bed) 세 개와 부추, 파, 미나리, 돌나물이 심겨있는 화분 텃밭이 전부다. 작지만 충분한 수확을 얻을 수 있는 크기다. 

물론 처음엔 욕심만 앞서 틀밭도 더 만들었고, 갖고 있는 화분마다, 작물도 종류 가리지 않고 빼곡히 심었다. 자라면서 작물들끼리 엉켜 엉망이었지만 깻잎 몇 장, 토마토 몇 알, 파 몇 뿌리의 수확이 엄청난 것 같아 마냥 뿌듯했다. 해가 지날수록 나름 내 농사 기술은 나아졌다. 

하지만 수확과 정비례하진 않았다. 몇 해가 지나니 이상하게도 어설프게 씨앗 뿌려서 한 첫 해 농사만도 못했다. 거름을 주었더니 반짝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이게 해결책인가 싶어 다음 해엔 거름을 더해 같은 작물을 똑같이 배치해 심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답은 우연히 찾게 됐다. 가뭄까지 겹친 그해, 수확도 시원치 않은 텃밭에 물을 주는 건 사치지 싶었다. 서둘러 여름작물을 모두 뽑고, 다음 해 봄에도 유혹을 물리치고 텃밭을 놀렸다. 거의 일 년 반, 밭을 쉬게 하고 새 마음으로 시작한 텃밭 농사는 성공이었다. 

그렇다면 성공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밭은 비웠지만 그동안 쌀뜨물, 커피가루, 달걀껍질 등으로 땅의 힘을 길러주었기 때문일까? 물론 이런 노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밭을 쉬게 했던 것이지 싶다.

농사법 중에 ‘연작 금지’라는 게 있다. 무슨 법령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계속 심지 않는 이 방법은 자연의 원리를 이용해 농약 없이 해충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연작에서 오는 피해를 막기 위해선 윤작(돌려짓기), 휴작(땅 쉬게 하기) 등의 방법이 있는데, 같은 땅에 심을 땐 무나 배추는 2년을, 토마토는 3년, 가지는 5년을 쉬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틀밭 세 개중 가끔 하나를 쉬게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작물도 바꾸어 심을 수 있어 연작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땅, 텃밭의 소유주에게 땅을 놀게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더 나은 수확을 위해선 쉬게 하고, 타이밍을 놓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디 텃밭 농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겠는가! 며칠 게으름으로 놓치고, 다 채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모두 날려 버린다. 분명 더 좋은 기회는 온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세입자가 다쳤을 때, 집주인은 어디까지 책임질까?

[애틀랜타 칼럼] 자기 만족에 가치를

이용희 목사 찰스 스웹의 주물 공장은 언제나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공장 시설도 뛰어났고 유능한 공장장을 채용했지만, 이상하게 생산 실적 자체가 극히 저조했습니다. 그는 공장장을

[전문가 칼럼] 노년층이 반드시 알아야 할 메디케어 사기: 일상 속 실제 경고 신호

전국 아시아 태평양 노인센터 (National Asia Pacific Center on Aging, NAPCA) 메디케어 사기는 명세서에 찍힌 낯선 금액, 한 통의 전화, 혹은 주

[법률칼럼] 9월 이민법 대전환, 낡은 서류 한 장과 성급한 출국이 운명을 가른다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행정이 9월 중순을 기점으로 빠르게 바뀐다. 이번 변화는 단순히 신청서의 날짜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다. 취업허가와 체류신분 신청 양식이 동시에 교체되고,

[행복한 아침] 게으름 변명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든 어르신들 모임에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한 분이 합류를 하게 되었다. 여든도 한참 접어든 연세 신데 완벽에 가까운 메이커 업에 화사한 옷에 귀걸이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신실한 삶의 모습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이 듦의 현실에서 냉철한 사고의 체계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을 지녀야 하리라.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3)

18세 자녀의 쇼셜시큐리티 혜택 연장과 학생 재학 보고(SSA-1372-BK) 가이드18세 도달 시 연금 중단 방지법, 풀타임 고등학생 자격 유지 및 학교 인증 절차 총정리 천경태

[신앙칼럼]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 (Superficiality of Carpe Diem, 로마서Romans 8:2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윤동주는 그의 시 〈소낙비〉에서 '카르페 디엠의 피상성(Superficiality of Carpe Diem)'에 관한 시대정신을 단 몇

[시와 수필] 숙명여대 조지아 동문회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50년 전 꽃 같던 우리가 어느덧 80대 할머니가 되었다. 숙명여대 동문회를 돌아보며 그간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다 혼자 울음을 터뜨렸다.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삶과 생각] 九 死 一 生 (구사 일생)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어떤 사람은 한평생을 비교적 편히 살다 가는 행운이 있고 어떤 사람은 파란만장하고 험한 가시밭길을 헤쳐가며 살다 가는 불행이 있다. 인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