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김 법무사
연방 이민국(USCIS)의 불법체류자 단속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신분 해결 목적으로 한 위장 결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며칠 전 광고에서 “결혼 해결해드립니다.”라는 글을 보고 이야기 나눴던 고객이 변호사 사무실에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었다. 내용을 분석하니 위장 결혼인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신분 해결을 미끼로 위장 결혼 희망자를 모집하는 광고가 자주 보인다.
또한, 몇몇 웹사이트에는 위장 결혼 알선을 암시하는 게시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들 브로커는 대놓고 '체류 신분 해결 보장, 불체자도 가능'이라는 글로 신분의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을 자극한다.
변호사와 이주공사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글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서류 미비자 단속 및 추방 강화에 따른 불안감을 이용하는 상술일 가능성이 크다. 시민권자와 위장 결혼해 체류 신분을 쉽게 해결하라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투자 이민과 결혼이민 서류절차를 대행하는 모 업체 대표는 "체류 신분 변경이 워낙 까다로워져서 위장 결혼 브로커가 다시 등장한 것"이라며 "위장 결혼을 해주는 시민권자의 나이에 따라 가격차이가 난다. 시민권자가 젊고 직업이 확실할수록 성공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알선료도 비싸진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위장 결혼 비용은 미국 내 신분변경은 5만~8만 달러, 한국에서 신분변경은 10만 달러 안팎이다. 브로커는 이 중 50%를 시민권자인 가짜 배우자에게 전달한다. 최근 위장 결혼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문의도 늘어난 추세다. 투자 이민과 취업이민이 어려워지자 한국 내 가족 합의 후 가짜 결혼까지 마다하지 않는 경우다.
위장 결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성공확률'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이민서비스 모 업체 대표는 "손님이 와서 가짜 결혼을 한다며 대행을 맡기면 굉장히 부담스러워 거절한다"고 전제한 뒤 "위장 결혼이 위험부담은 있지만 사실 외국인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이기는 하다. '진실한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장 결혼 유혹에 넘어간 신청자나 시민권자는 적발 시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의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위장 결혼한 외국인은 이민사기로 영구 추방된다. 시민권자 당사자는 징역 최고 5년, 벌금 25만 달러까지 가능하다. 연방이민서비스국(USCIS)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배우자 또는 가족초청 시 제출하는 양식(I130·130A) 기재 내용을 종전 1~2장에서 20장까지 늘렸다. 위장 결혼이 의심되면 자택 현장방문, 개별 인터뷰, 조건부 결혼영주권 해제 시 재심사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