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분꽃
푸른 솔 더불어
그 향기 더욱 은은해
무지개 빛 꽃무 늬 사랑에 탄다.
밤마다 별들이 빛을 모아 꽃빛을 새기고
그 밁은 웃음 소리
그 영혼의 빛
신비한 신의 숨결
잠자는 내 영혼 흔들어 깨우네
8월의 분꽃에는
내 어머니 냄새가 묻어 있고
고향집 장독대 옆에
고즈넉히 피어있던 내 어머니 꽃
까만 꽃씨를 깨어서 분을 바르시고
시집오셧다는 어머니 사랑 이야기
새색시 순정 못내 수줍어 밤에만 피는 꽃
솔숲사이 반달이 숨어서 피운 꽃
어느 힘센 장사가 꽃잎을 열수 있나
오직 사랑만이 꽃잎을 여네
밤하늘 은하수 꽃길에
그리운 딸위한 영혼의 꽃씨 키우셔서
8월의 분꽃으로 딸을 찿아 오신
내 어머니 꽃
"얘야 ! 너무 애쓰지 마라! 세월이 잠시다""
여전한 그음성 , 따스한 영혼의 맑은 웃음
내 어머니 젖내음이 꽃향기 되어
밤을 흐른다. { 분꽃 시, 김경자 1995년 쓴 시 }
내 어머니 장독대 옆에 피어있던 내 고향 분꽃들이 태평양을 건너 낮선 땅에 분꽃 마을을 이루고 매년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데 솔밭 사이 분꽃 마을 이루었다. 몇 년 전 어느 지인이 몇개의 꽃씨를 주셔서 무심코 뿌려 놓은 꽃들이 40년을 넘어 나와 함께 살고 있다. 밤에만 피는 꽃… 잠 못 이룬 밤이면 분꽃 마을을 거닐면 별빛을 닮은 맑은 꽃들의 웃음 소리 어느새 내 어머님이 찾아와 계신다. 분꽃은 모습도 강인함도 어쩌면 그리 내 어머니를 닮았는지… 마디마디 마다 어머니 굵어진 손 을 닮았다. 이민 초기 한치의 앞날이 보이지 않던 때 하루 12시간 식당일에 지쳐서 울기도 많이 했을 때, 밤이면 천사되어 날 찾아오신, 내 어머니를 닮은 꽃… 밤마다 별들이 빛을 모아 꽃잎을 새기고, 내 어머니 젖내음, 그 맑은 영혼의 음성을 듣는다. ‘얘야! 너무 애쓰지 마라, 세월이 잠시다’여전한 그 음성 , 영혼의 맑은 웃음어느덧 눈물이 온 맘을 적시어 그 어머니 젖가슴에 내 마음 묻는다. 쏟아진 밤하늘 은하수 꽃길에는 지금쯤 분꽃 마을을 이루실 내 어머니 분꽃 마을, 그 어머니 향기를 석산동에서 느껴요. 돌이 좋아 돌산 옆에 반생을 살면서 내별명이 석순이다. 다이아몬드보다 돌을 좋아하는 철없는 여자… 돌산(스톤 마운틴)에는 내 생의 숨결이 살아 숨쉰다. 740개 종탑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 홀, 40년 넘게 파이프 올갠을 연주하신 ‘프로랜스 메이블’ 산에서 맺어진 아름다운 내 친구이다. 한국 음악을 선물했더니 가끔 애국가도 연주해주신다. 코로나 이후 연주를 못하신다고 닫혀 진 음악홀… 못내 아쉽고 그리움 남기고 가셨다. 세상은 변했다. 코로나 이후 모두의 삶이 그 옛날 같지가 않다. 지구별도 더 이상 옛 모습이 아니다. 내 생애 살아 온 지난 날을 돌아 보면서 ‘나는 지금 어디에 있고, 남은 생 어떻게 살 것인가’화두처럼 떠오르는 내 생애 질문 앞에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생의 마지막 물음을 듣는다. 무엇을 위해, 난 이처럼 달려 왔는가? 생의 또 다른 물음 앞에 오늘을 서성인다. 500여권의 책을 쓰면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질문앞에 그는 ‘논어’를 다시 찾아 들었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가’였다. ‘논어’에는 어질 ‘인’ 사랑이 답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우린 왜 살아야 하는가? 질문 앞에 오늘처럼 길을 잃을 때가 있었을까? 내가 쓴 책 500여권의 책에는 과연 얼마나 깊은 사랑의 의미를 담았는가였다. 논어를 다시 읽으며 다산은 깊은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그토록 허기진 영혼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때 나는 고전을 읽으며 옛 선비들이 남긴 지혜에서 길을 찾는다. 오늘처럼 화려한 물질 문명 속에 인간은 갈수록 목이 마르다. 수많은 알 수 없는 질병속에 오늘처럼 인류가 헤맨 적이 있었던가 갈수록 메마른 지구 별은 점점 사막화되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5년째 비가 오지 않고 타는 사막은 산불로 폐허가 되어가고 있다. 그 옛날 젖과 꿀이 흐르던 에덴 동산은 지금은 동사하라 사막으로 변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로 남아있다. 우린 한송이 들꽃도 풀 한 포기도 아끼고 사랑해야 지구별은 살아 남는다. 은둔자처럼 돌산 기슭에 숨어사는 나는 가끔은 돌꽃처럼, 돌산에 묻혀 그렇게 살고싶다. 돌산에는 9월이 되면 갈 데이지가 산을 노오랗게 덮는다. 100도가 넘는 타는 돌에서 어떻게 그 토록 노오란 데이지 꽃 생명을 키워내는 지 모른다. 돌산 흐르는 호수에는 사철 목마르지 않는 생명이 흐르고 바람, 들꽃 더불어 하늘의 젖줄 물꼬가 트인다.
'산에 사는 사람이라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솔바람 소리 들려주고 싶지만
그대들 값 모를까
그게 두렵네. ( 옛 시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