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행복한 아침] 아름다운 사람들 II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7-08 08:25:57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김정자(시인·수필가)

 

한 세기를 살아오신 시대적 산 역사의 증인이나 다름 없으신 102세 되신 어머님을 모시고 식사를 나누면서 맞은편에 걸린 액자에 눈길이 간다. ‘생활은 단순하게 생각은 고상하게’이 집을 지켜오신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문장이라 마음에 새기게 될 것 같다.

노모님 따님께서는 성품이 활달하셨다. 사위 분은 말수가 적으시고 과묵하신 편이었지만 가끔씩 유머러스한 폭죽을 터뜨리시곤 하셨다. 그 틈새를 기회삼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손사레를 치시면서 자리를 피하신다. 한번 정한 길은 변함이 없으신 분으로 연로하신 장모님을 대하실 때는 매사 신중하시고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이시며 자상하시고 침착 하셨다.

식사 테이블에서 노모를 모시는 사위 분의 손길엔 오랜 시간 동안의 답습이 담긴 사랑이 묻어 있다. 보이기 위한 손길인지 마음에서 우러난 몸에 배인 손길인지 선명히 드러나는 손길이었다. 어머님을 보살피는 손길이 친아들도 그렇게 하기 힘들겠다 싶을 만큼. 식사가 시작 되기 전에 먼저 작은 에이프런을 어머님 앞에 둘러 주시고 식사 내내 어린아이 돌보듯 찬찬히 보살피신다. 식사가 끝나신 노모님 입가를 닦아 주시는 손길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렁이는 감동의 파도로 하여 식사가 잘 넘어가지 않았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두 손녀도 할머니 안부를 거의 매일 물어온다고 했다. 효심이란 아름다운 마음 유전이 가족 사랑의 바탕이 되는 것임을 새롭 듯 각인하게 된다.

어찌하여 이토록 올곧은 마음 자세로 지극정성으로 어머님을 모셔왔는지 여쭈어 보지 않을 수 없어 넌지시 말씀을 드렸더니 우문현답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머님 삶 속에 들어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따님의 효심에 젖은 말씀에 몸 속에 퇴적된 불순물이 융기되어 균열이 가듯 온 몸이 흔들리고 뜨거워진다. 어머님께서 나를 키워주셨고 사랑하는 자식을 보살피며 키워주셨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사위 분의 사랑은 어떤 설명이 부언되어야 할까. 어떠한 이유나 까닭을 떠나 자식이 연로 하신 어머님 노후를 돌보아야 하는 것은 의례히 원래부터 기정 사실로 정해져 온 것으로 당연한 것이라 하신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어머님을 마음 닿는데까지 제대로 모시지 못한 빈 마음을 장모님께 쏟아 붓는다고는 하셨지만 그러한 뜻으로 받아들이기엔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 정성과 사랑의 손길은 미제사건처럼 마음에 남겨져 있다. 아쉬움과 회의감에서 자생한 효심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 일심동체’ 라는 말이 가장 적절하게 어울리는 부부 모습이었다. 어머님을 섬기는 마음에서 멈추지 않으며 도움이 필요한 주위분들을 도우려는 사명감이 유난히 돋보인다. 시대의 등불같은 분들이시다.

파상적으로 밀려드는 세상의 휘둘림이 두려워 현실을 비켜서고 싶을 때, 회복 불가능이란 지레짐작으로 세상을 살아내야 할 걸음걸이가 한층 더 무겁다는 느낌이 밀려들 때, 의식 흐름을 바꾸기에 이만한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디 쉽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분주한 세상살이 가운데 이러한 맑고 고운 가족 사랑이 있었던가. 무더위를 식혀주는 산뜻한 바람 줄기같은 청량하고 신선한 뉴스가 우리들 곁에 있었던가. 밝고 따뜻한 솔직함이 더없이 빛난다. 인간의 욕심에 가려진 이면세계에까지 말끔히 씻겨지는 사랑의 진수를 맛보게 된 신선한 시간이었다. 

세상은 소중한 무엇인가를 잊은 채 분주히들 살아가고 있다. 귀하고 보배로운 가족과 이웃을 향한 가치관 결여가 아닐까 한다. 말씀을 통해 찬양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이웃의 고통과 어려움에 동참하려는 준비된 인생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일에 얼마나 깊은 시선을 두었던가. 마음이 무겁다. 부끄러운 자화상과 만난 날이다.

아름다운 가족을 만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떨린다. 효심이란 명제 앞의 죄책감일까.

시대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불효의 죄업 때문일까. 실로 오랜만에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삶의 향기를 접한 때문일까. 혹여 Rock Spring Park 산책길에서 아름다운 가족을 만나시는 분마다 마음이 예뻐졌으면 하고 소망이 저절로 우러나는 날이었다. 오랜 시간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드리워지는 우리 한인 공동체가 되어지기를 갈망해 왔던 보람을 이제서라도 엿보게 되었다면 지나친 과언이 되어질까 조심스럽긴 하나 꽃처럼 피어난 아름다운 미담이 우리 한인 사회 이야기라서 자랑스러운 긍지에 마음은 하냥 훈훈하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내 마음의 시] 생명의 은인

박달 강 희종 (애틀란타문학회 총무) 사랑해요 여인같은아카시아 나무 전에는붉은 장미 속에서 선물을 넘치게  백합 꽃 향기진주 목걸이다이아몬드 반지 강물같은 그대호수같은  세월동안 

[애틀랜타 칼럼]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 의미

이용희 목사 추수감사절은(Thanksgiving Day)은 1년 동안 추수한 것에 대해 가을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개신교(기독교)의 기념일이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