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I-85 국도에서 111 출구 오른쪽으로 들어서면서 Horizon Dr로 진행하다 보면 Old Peachtree Rd NE 도로를 만나게 된다. 그 길로 접어들면서 가다보면 Rock Spring Park이 보인다. 이 공원을 찾게 되면 예측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고 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기후나 일기에 상관치 않으며 102세가 되신 어머님을 모시고 산책나오시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예쁜 미담이 산책을 나오시는 분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다. 이런 예쁜 모습을 목격해오신 분과 아름답게 살아가시는 분들과 손길이 닿아 흔쾌히 방문 초대를 받아 102세 되신 노모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현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현관으로 들어서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Stair Lift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노모를 모시기 위한 안전장치 기구였다. 일상의 우선 순위가 노모님 위주로 잘 정돈되어 있었다.
매일을 어머니 날로 보내고 있는 부부 모습 속엔 순결한 맑음이 배어 있고 가족 모두의 표정은 천사표였다. 연로하신 노모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며 극진한 정성이 담긴 효심의 발견이었다. 노모님 침실 또한 단정하고 아늑하게 보이는데도 병원용 침대같이 여러모로 조절할 수 있는 침대로 바꾸어 드리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신다. 밤 시간 동안 노모님 거동과 동태에 집중하느라 두 부부는 항시 방문을 열어두고 주무신다고 하셨다.
화장실이며 욕실도 사용하시기에 편리하도록 대거 수리를 하시고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거실에 앉아 계신 노모님께선 인형을 아기처럼 품고 계셨다. 주무실 때도 인형을 꼬옥 안고 주무신다고 한다. 따님 일곱 분이 모두 미국에 계시지만 여섯째 따님이신 김애영 씨와 남편되시는 김진수 씨가 아기가 되어버리신 어머님을 중심으로 모든 일상이 진행된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방문을 받으신 어머님 표정에는 꽃이 핀 듯 좋아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시다. 마주 잡은 손을 쉽게 놓으려 하지 않으신다. 노모의 손은 내 어머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불러들이는 힘이 있으셨다. 평범해 보이는 가정일 수도 있겠지만 부부의 눈빛에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없을까. 선한 일을 베풀 대상을 찾아내려는 사랑의 열정과 삶의 본질에 대한 끝없는 추구가 엿보인다. 단순하면서도 예스러움이 살아있다.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내세울 줄을 모르시면서 선한 아름다움에 대한 목마름이 더욱 아름답다.
오후 8시가 되면 침실을 찾으시고 오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하시며 흐트러짐 없는 규칙 속에서 일상을 보내시고 계셨다. 작은 소홀 조차 찾아보기 힘든 공경으로 모시는 정경 앞에 부끄러움이 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휠체어에 모신 어머님을 단정하게 비옷으로 여미어 드리고도 우산을 받쳐들고 모셔왔다. 깊은 겨울이면 햇살이 퍼질 즈음에, 무더위가 시작되고부터 이른 아침으로 산책 시간을 앞당기셨다. 아침 식사를 드시고 나면 노모께서 ‘가자’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어디든 나가시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공원 산책 길을 나들이로 나서게 되면 가끔씩은 손수 휠체어를 밀면서 산책을 즐기신다고 한다.
엄주희 어머님께서는 음력 9월20일이면 만102세가 되신다. 100세가 되시면서부터 기억력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시더니 차츰 말을 잃어가시면서 대화를 피하게 되셨다고. 젊으셨을 땐 IBM. HP에서 13년을 일해 오신 노모께서는 기억에 문제가 있을 뿐 건강은 102세로 믿어지지 않았다. 건강 축복을 누리시는 노모님을 뵈면서 심었기에 거두시는 진리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12명의 손주와 17명의 증손주를 두신 다복이 넘치시는 노모님께서 가만히 귀에 대고 속삭이신다. 말을 잘하지 못하신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서 사람을 좋아하시는 성품이 엿보여 마음이 따뜻해진다.
세상 정서가 가늠할 수 없도록 훼파되고 유린되면서 원치 않는 참혹함에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세상은 정녕 살아갈 만한 곳인지. 분주한 일상에 매몰되어버린 인간애의 실종조차도 자각하기에 지쳐있는 이민자 삶에 한줄기 빛이 스며듦을 감지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세상은 내적 아름다움 보다 겉치레 과시로 인한 허욕이 만연해 있기에 오늘 만나 뵌 가족 사랑을 전해야 할 것 같은 부추김에 마음이 동했던 것이다.
한 더위 속의 소나기 같은 청량하고 아름다운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 다음 주말에도 독자님들과 함께 나눌 예정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포근한 이야기로 독자님 정서에 사랑의 파장이 전해지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이 발산된다면 우리 애틀랜타 한인사회도 살아 볼 만한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기대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