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쓸쓸할 땐 여행이나떠나 볼건가!
이 세상 마음 둘 사람의 마음이야
어디 있으랴
이동하는 창가
소리치는 바닷가
굽이치는 강가
이 세상 덧없이 흐르는
구름 한조각
마음 깊이 맡길 곳
어디 있으랴
생각하는 것, 부질없는 어린 생각
쓸쓸한 생각
버릴곳이 없구나
마음 한자리도
때때로 밀리는 이 외로움
쓸쓸할 땐 여행이나
떠나 볼 건가!
이세상 덧없이 흐르는
구름 한조각
마음, 같이 맡길 곳
어디 있으랴 (시인 , 편운 조병화 1985년 안성 편운제에서)
조병화 시인은 1921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셨다. 호는 편운이며, 1945년 경성사범에서 물리학, 수학 전공하셨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 사범에서 물리학 화학을 전공하셨고 한국 최다 시집 53권의 시집을 내셨다. 그의 ‘난’ 은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등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시인이시다. 그의 시는 우선 독자를 편안히 하는 미덕을 지니고 많은 기교를 사용하지 않는 은유와 비유를 그는 아주 배척했다. 어떤 이는 왜 시가 이렇게 싱거워하는 착각을 하는 듯하나 한국의 근대시가 감당키 어려운 짐들을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예언자적인 목소리로 뜻과 소리가 한데 어울린 부담없이 시를 읽을 수 있게 시를 쓰셨다. 가만히 속삭이는 목소리, 더 가까이 마음을 열고 흐르는 구름 한조각처럼 시가 흐르고 ‘나는 선각자도, 지성인도, 문단인도, 시인도 아닙니다. ‘시인도 모르는 시를 쓰는 세상에 겸허히 이론을 위한 시, 교양을 위해, 문학사를 위해 시를 읽지 않았다. 그의 시는 가숙이라 부르며, 가숙에 램프가 켜진 인생을 비유했다.
사랑이라는것/ 외로운 시절의 편지라 생각하며/ 차창가에 기대어 추풍령 마루를 넘으면/ 거기 낙엽이 지는 계절이 늙은 산맥에 경사지고/ 인생과 같이 이로운 풍경/ 언젠가는 나도 돌아가야 할/그날의 적막과도 같이 / 차창가에 흐르더라. 나는 보헤미안 시절 외로운 시절의 편지라 쓰셨다.
조병화 시인의 53권의 다작은 쉬운 낭만의 언어로 독자와 대화를 이루어 왔다는데 있으며, 김소월의 서정시가 두메산골을 노래했다면 그는 도시인의 외로움, 고독을 노래한 시인이다. 조병화 시인은 인생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시적 언어로 존재론적 , 고독한 대상을 사랑으로 승화하셨다. 한국 시인중에 조병화 시인 만큼 화려한 경력이 있었을까. 제4차 세계 시인대회 회장을 역임하셨고, 한국 문단에 감히 별같은 존재였다. 시, 그림, 수학 , 럭비 선수로 뛰어 나신 그의 혼은 ‘나는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살고 있다’하셨다. 부족한 제가 시인들을 모시면서 감히 부끄러움을 금치 못한다. 행여! 시인이 잊혀질까봐 시를 읽다가 가슴 뜨거운 시의 혼에 감동하면서 함께 그 시의 혼을 마음에 담고 싶어서 글을 쓰다가 감히 감당할수 없는 부족함을 느껴본다. 마치 우주 속 별밭에 알지 못하는 은하계 속 별밭을 헤매다가 길을 잃은 어린 왕자처럼 무명의 거대한 코스모스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듯하다. 파이프 담배, 절대적 인간의 고독, 순수성,그리고 죽음 그 인간적인 매력, 조병화 시인의 한 생은 인간다운 인간적인 순수 고독을 예술로 승화하셨다. 고향 경기도 안성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자 어머니를 모시는 ‘편운제’ 짓고 ‘항상 피어나는 봄처럼 살아라’어머니 말씀을 새겼다.
때때로 생각나는 당신 말씀
말씀중에 말씀
'' 죽으면 썩을 살 아껴서 무엇하냐''
이제 좀 쉬십시오''
이젠 고만 말씀드리면
''놀면 무엇하니
살면 얼마나 산다고
죽으면 썩을 살''
부지런 하시던 당신
제 방에 불이 꺼져야
불끄시고 주무시던
그말씀 , 그모습--
'내일 아침엘랑 좀 늦게까지 주무세요,'
오냐, 알았다'' [ 시, 어머니)
구름처럼 흘린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 보며 어지러운 세상을 떠나서 시인의 손을 잡고 잠시 은하수 꽃길을 걸어봅니다. 우주의 별밭을 헤매며 옛 시인들이 남긴 시의 혼을 찾아서 온 우주속에 ‘생명의 푸가’ 은하수 별밤을 헤매어 봅니다. 태양계 어딘가에 지구별처럼 생명이 살고 있다면 시의 혼으로 외계 생명들에게 지구별 소식을 전할 수밖에… 우주 속의 진화의 비밀 코드속에는 마음은 하나일테니까…
먼 여행
이제부터 나를 찾거든
없다고만 해라
''어딜 갔느냐'' 묻거든
'' 그저 멀리 갔다'' 라고만 해라
''언제 돌아 오느냐'' 묻거든
'' 그저 모른다''라고만 해라
'' 그저 멀리 갔다고만 해라'' ( 조병화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