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애틀랜타 무역협회 사무총장 정광일 씨가 임창빈 무역협회장이 북한 올림픽 대표단과 만찬의 기회를 만들자고 했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지난 91년 동남부 무역협회가 사업목적으로 북한을 단체방문했을 때 참가해 9일간 북한을 다녀온 일이 있고 예측했던 대로 북한과 사업에 대한 성과는 거두지 못 했지만 그들의 도움으로 관광을 잘 했다. 그 때문에 애틀랜타에 오는 북한 올림픽 대표들과 만찬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우리는 같은 민족이고 언젠가는 통일이 돼야 하고 또 화합하고 사랑해야 될 피를 나눈 단군의 자손들이다.
그 당시 한인사회는 북한 올림픽 참가자들에 대한 예우문제가 찬반으로 갈라진 상태였지만 한인회장(이승남) 동남부연합회장(은병곤) 조지아 대한 체육회장(정윤동) 그리고 교회협의회 회장(최상선)과 박선근 전 회장 등이 순수한 민족적 차원에서 환영만찬을 했다. 전혀 이해관계나 정치적인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한인들 간에 불화나 후유증이 없었다.
무역협회 북한 방문단 8명도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북한방문 회고담을 나누며 그 당시 베풀어준 예우에 대해 감사했고 그들도 만찬의 자리를 만들어준데 대해 감사하면서 애틀랜타에 있는 동포들이 환영해 주어서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그중 일부가 당시 내가 기고한 칼럼(남북한 선수들에 대한 환영과 지원)을 잘 읽었다고 하면서 내용이 너무 좋다고 공감한다고 했다.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지만 그들이 어떻게 그 칼럼을 읽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남한 올림픽 관계자들은 내가 기고한 칼럼은 물론 동포들의 고충과 여론에 대해서 무관심한 상태인데 북한 관계자들이 한인사회를 더 잘 조사하고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미주 한인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이 북한보다 뒤진 것 같았다.
우리는 북한대표들과 식사를 같이 하면서 민족애적인 순수한 시간을 함께했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민족애로 만나 대화를 하면 편하고 좋은 동족이고 형제들인데 원한의 분단과 이념 때문에 어쩔 수없이 마음대로 만나지도 못 하고 남북한 관계에 대한 비판이나 통일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아픈 민족의 비극이다.
어찌됐든 우리는 북한 관계자들을 편하고 즐겁게 대접한 후 아쉽게 헤어졌다. 그리고 북한을 방문했던 무역협회 회원들은 동포애적인 예우와 도리를 다해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그들이 올림픽 기간 동안 편하게 남한 올림픽 관계자들과 화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코리언 아메리칸들 마음이 항상 민족과 조국에 있는 것이 이민 1세들의 숙명이다. 남북한 지도자들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정책으로 민족 통일의 길을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