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어린 시절 5월의 새털 구름 몰려오는 푸른 하늘과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봄이 흠뻑 익은 꽃들의 싱그러움과 푸르름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도 내 코 끝에는 그 향기가 스치는 듯 하다. 저 멀리에서는 뻐꾸기가 엄마를 찾는지 짝을 찾는지 애절하게 뻐꾹 뻐꾹 울어대고, 들에는 모내기에 한창인 아저씨들이 노래 흥얼흥얼 거리며 모를 심고, 아낙네들은 광주리에 맛있는 새참을 머리에 이고 들로 나오는데 그 뒤를 멍멍이들이 쫄랑거리며 따라온다. 아저씨들은 새참으로 허기를 면한 후에 다시 모심기를 하면서 힘들고 피곤함을 잊은 듯 노래 아닌 콧소리로 손발을 척척 맞추면 어느덧 점심때가 된다. 점심을 먹으며 총각 김치 한 줄기에 막걸리 한 사발 벌컥벌컥 들이키고 나면 솔솔 부는 바람에 땀과 피로를 식힌 후, 다시 모내기를 하다 보면 산들 바람 사라지고 뉘엿뉘엿 노을이 붉게 짙어져 간다. 이름 모를 새는 구구구 울어대고 부엉이는 부엉부엉 깊어가는 밤을 알리듯 울어댄다.
단오날은 힘든 모내기를 끝내고 잠시 쉬는 절기인 듯싶다. 이 날은 봄에 나온 취나물과 찹쌀을 떡매로 쳐서 팥소를 넣어 주물거려 떡으로 만들어 먹으며 그네를 뛰는 날이라고 알고 있다. 증조 할아버지는 어린 우리들을 위해 마루 서까래 기둥에 그네를 매어 그네를 밀어주며 놀아주시곤 했다.
동네 청년들은 모여서 집집마다 거둔 볏집을 굵게 밧줄로 엮어 뒷동산 서낭당 높은 소나무에 매어 높이 치고 오르며 그네를 뛰고, 고모따라 그네 타러 산으로 가는 길에 길게 늘어진 풀로 댕기 머리를 만들어 놓고 예쁘다며 좋아라하던 어린 내 모습이 아련하다. 철이 없던 나는 그네 먼저 타겠다고 우리 산이라고 억지 떼를 쓰며 양보 없이 타다 떨어져 아프다는 말도 못하고 쩔쩔 매던 기억, 동네 처녀총각들이 쌍쌍으로 팔을 넓게 벌려 멀리 뛰며 “유 뚜뚜 유 뚜뚜” 외치던 소리가 온 동네에 메아리치던 그 시절, 마냥 즐겁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단오날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