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올해로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이 되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어린이를 존중하며 어린이가 배우고 놀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자’ 는 어린이 권리 선언이 100년 전에 태동 한 것이었다.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사업단 이주영 대표는 ‘어린이는 우주가 보낸 손님인데 저출산 환경이 아쉽다고 하시면서 아이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어른의 의무’라 하셨다. “한 명 한 명 어린이가 태어나는 일에는 우주의 위대한 섭리가 있습니다. 부모 의지만으론 되지 않죠. 아이들 출생이 줄어든 건 지구 위, 이 땅, 우리 집에 오는 귀한 손님이 끊어진 것입니다. 손님 맞이를 제대로 못 하고 아이들이 태어나기 싫은 나라를 만든 건 어른들 큰 죄가 아닐까요. 소중한 생명 탄생을 경제 논리로 재단해선 안 됩니다. 어린이들이 저마다 한 몫의 사람으로, 소중하며 희망 있는 존재인 걸 느끼고 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건 그 때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의무”라 하였다. 어린이 날을 계기로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어린이날 선언문을 찾아 보았다. 소년 운동의 기초 조건으로 어린이를 재래의 윤리적 압박에서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예우를 허하라.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에서 해방하여 만 14세 이하 무상, 유상 노동을 폐하라.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에 족하도록 가정과 사회가 함께 노력하라’고 선언했다. 이어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도 함께 선포했다. ‘어린이를 내려다 보지 마시고 올려다 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사 자주 이야기 해주시오. 어린이들에게 늘 부드럽게 높임말로 말해 주시오. 잠자고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해주시오. 산보나 소풍 같은 것을 가금 가끔 시켜 주시오. 책망할 때에도 쉽게 성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모여서 즐겁게 놀 놀이터와 기관을 지어 주시오. 대 우주의 말초 신경은 늙은이나 젊은이에 있지않고 오직 어린이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라는 선언이 100년을 지났는데도 마음을 두드린다.
노년에 접어든 분들이 유년기 였을 땐 어린이라는 낱말이 갓 통용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작은 어른 쯤으로 치부받으며 어린이도 인격이 있다는 대접은 꿈꾸지도 못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많이 개선되고 사회적으로도 어린이 권리가 신장된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다.
‘어린이날 말고도 매일매일 어린이를 존중해 주세요. 어린이 날 만큼은 엄마 아빠가 몇 시간이라도 함께 있어 주세요. 어려도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알아요. 아무렇게 대하지 말아 주세요. 일기나 그림을 허락 없이 보지 마세요’ 라는 소원을 부탁했다. 가슴에 휘영하니 안쓰러운 바람이 지나간다. 개구쟁이로 마음껏 뛰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자극을 받는다. 삶이 풍요로워졌다고는 하지만 무슨 일을 만나든 스스로 해결할 줄 모르는 동심은 그늘이 있고 지쳐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의지하려는, 의지해야만 하는 나약함이 애처롭다.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엄마들, 가족을 위해 삶의 현장에서 이미 지쳐버려 어쩔 수 없이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아줄 수 없다는 아빠들, 아이들과 부모 세대가 마음의 전족을 해 버린 슬픈 시대상이다.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어 홀로 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육 현장인 교실이 생존 경쟁 장터로 탈바꿈한지 오래다. 어린이들은 공부가 노동이요 학교라는 구조에서 낙오자가 되면 사회악으로 치부하는 현실로 전락해버린 시대의 아픔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 몸을 빌어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소유가 아니란 것이다. 유복한 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해서 부모 생각 속에 가두어서도 아니될 것이요 사랑을 줄지언정 사랑의 보답을 강요해서도 아니될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강요하지 않으며 후원해주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길을 모색하는 부모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좋은 부모, 행복한 아이가 되는 지름길은 없다, 자녀는 부모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했으니까.
5월처럼 아이들은 맑고 순수해서 경탄을 잘한다. 천국 주인은 어린아이들이다. 어린아이와 같지 아니하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세상 분진에 찌든 어른들의 거울이 되고 있는 아이들이다. 5월 하늘처럼 무한하게 푸르게 뻗어나갈 우리 아이들에게 밝고 눈부신 미래가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