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새는 알에서 깨어난다'
알에서 깨어나지 않는 생명이 있을까--어미가 둥우리에서 알을 품고 있을때
알에서 '생명이에요' 라는 음성을 듣지 못하면
어미는 알에서 생명을 깨어나지 않는다
그 알은 이미 죽은 것이다.
'줄탁동시지'
'생명의 소리'
부활, 영혼에 걸터앉은
세미한 희망의 속삭임
생명은 신이 주신 기적 (시 김경자)
부활절에는 누구나 알에서 생명의 알을 깨는 연금술사가 된다. 한 번쯤 다시 태어나고 싶은 희망, 기쁨으로 설레는 마음… 알에서 갓 태어난 새생명을 보듬고 이 생명이 나 자신이라면… 그럴 수도 없겠지만 난 순간 고개를 저었다. 갓 태어난 아기, 난 기억조차 할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인생을 산다면…
왠지 눈물이 가슴을 여민다. 아니야! 나에겐 인생이 한 번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왈칵 가슴을 적신다. 갓난 아기였을 때는 나는 모른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인생이란 자체가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했다. 남달리 어려움 없이 살았지만 삶 그 자체가 산 속에 깊은 구름이 낀 것처럼 그리 쉽지 않았다. 그것은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 영혼 깊숙이 ‘숨겨진 비밀의 문’, 깨어나지 못한 어린 아이같은 비밀의 문들이 잠자고 있었다. 신비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우린 아직도 ‘지각의 문을 깨끗이 닦지 않았다’고 탄식한 바가 있다. 내 영혼 깊숙이 영혼의 맑은 물을 살아 있는 물을 길어 올릴수 있겠는가 탄식한 바 있다. 종교적인 구원의 투구를 벗어버리고 자유로운 영혼 깊숙이 가장 깊은 곳에서 잠자는 내 영혼을 흔들어 깨우고 싶었다. 내 영혼 깊숙이 숨어 있을 맑은 샘물을 퍼내고 싶었다. 그 길은 언제나 내겐 그 어디에 숨어사는 타인의 거리였다.
그 길
멀고도 가까운듯
내앞을 서성이는 나
나는 언제나
나에겐 낯선 이방인
그 길
나는 지금도 걷고 있다
가장 가까운 타인의 거리를
벌써 귀밑머리 백발이 휘날리고
오늘도 나는 걷고 있다
그 길
알려주는 이 없어도
주소도 번지수도 없는
그 길을
난 아직도 걷고있다. (십년전 자작시,책갈피에 끼어있다)
이민의 삶 속에서 하루 12시간을 노동으로 식당을 경영하며 20년의 내 청춘을 보냈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그 새벽에 일터에서 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만지며 웃고, 울었다. 사춘기에 아파하는 아이들과 다정히 앉아 그 아픔을 들어줄 시간도 없었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 내가 너무 지쳐서… 어느덧 세월 속에 아이들은 집을 떠나고 그때, 그 아픔을 들어주지 않았던 매정한 엄마를 지금도 원망한다. 삶에 실수투성이인 나를 돌아보면서…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산다면… ‘아니다’ 이다. ‘어린 왕자’처럼 살기로 했다. 불타는 노을을 의자만 바꾸면 언제나 볼 수 있는 그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산다. ‘석산동 돌산지기’로 축복받은 내 생에 감사한다. 하늘, 구름, 맑은 공기, 시를 쓰는 꽃과 나비들 더불어 흙을 만지며 정직하게 살기로 했다. 소유 속에 묻혀서 천하를 소유하면 행복할 줄 알지만, 땅금 재기로 지구촌은 끝없는 전쟁이다. 공기를 사고 판 사람을 보았는가…, 과학문명이 우주를 넘나 들어도 땅 속에 꽃들이 피고 지는 꽃 시계를 본 적이 있는가… 가장 소중한 것은 모두가 하늘이 주신 선물이요, 다 공짜다. 아름다운 시를 읽으며 정원을 서성이며 솔사이 바윗돌에 이끼도 심고, 꽃을 심었다. 돌산의 맑은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들으며 세상의 하늘 내리신 복은 다 받은 내가 맑은 혼으로 이 봄, 다시 태어나고 싶다.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 철부지 내가 부끄럽지만 ‘삶이란 다 그런거야’ LIFE IS TEMPORA! … 인생은 잠깐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