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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삿갓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2-04-10 10:17:07

수필, 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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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 삼천리흰구름 뜬 고개 넘어  가는 객이 누구뇨…

열두 대문 문칸 방에 걸식을 하며

술 한잔에 시 한수로  떠나가는 김삿갓'    (시인 김병연  1807년, 김삿갓 본명)

 

아, 이 얼마나 시원한  한줄기 바람같은 시인가, 요즘 시인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온갖 글들이 남발하고 어려울수록  좋은 시라, 시인으로  등단하러 온갖 글들이 난무하는 세상에 나는 시인들의 시를  어려워서 다 이해하지 못한다. 시인 김삿갓은   시끄러운 세상에 ‘뭔 소리냐’ 시는 본래 마음에 사특함이 없고 맑고 깨끗한 자연같은 사람이  쓰는 선비의 글이라,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스치듯 맑고 깨끗한 자연같은 사람이 시를 쓴다고  옛 선비는 말씀하신다. 시인 김삿갓은 본명은 김병연, 이조 1807년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글 읽기를 좋아했고 시성이 뛰어난 천재 시인이었다. 그는 의정부에서 태어나 한 세도가의 도령으로 그의 조부는 김익순 이조 판서를 지냈으나 정부의 반대 세력에 참형의 이슬로 사라졌고 ‘삼대를 멸하라’는 가문에 천형이 내려졌다. 김병연은 마음에 심한 상처를 입고 세상을 등지고 자연속에 숨어 살며 물 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문전걸식을 하며 시를 쓰며 살았다. 그의 한시로 쓰여진 방대한 시는 당대 풍류 시인으로 뛰어난 시성을 지녔다. 김삿갓은 금강산 깊은 계곡에 몸을 숨기고 살아왔다.  시인은 깊은 안개속에  잠이 들고 아침이면 가까운 동네에 내려가 보리죽 한 그릇에 시 한수를 전해주고 떠났다. 김삿갓의 시 속에는  언어를 떠나  넘나드는 자유함, 흰구름처럼 길 떠나는 나그네의 넘나드는 자유함이 숨어있다.

 

"네 다리 소나무 상에

죽이 한 그릇인데

하늘빛과 구름 그림자가 함께 떠돌고 있구려…

주인이시여, 부끄러워 마소!

나는 본디 물에 푸른 산이 드리워져 있음을 사랑한다오" (김삿갓의 시 보리죽 한그릇에  남긴 시)

 

김삿갓 시를 읽으면 나는 언제나 길 떠난 나그네가 된다. 구름처럼,  바람처럼 어디론가 길 떠나고 싶다.  이민의 삶에 방황하다 찾아낸 ‘목화밭’은 내 마음의 숨겨놓은 안식처였다. 목화밭은 잠시마나 세상을 떠나고  싶은 은둔자의 나만의 ‘쉼터’이다.  목화밭은 78번  하이웨이를 지나서 두 시간을 달려  83번 시골길을 지나면 하얀 솜사탕같은 목화가 만발하다. 가을이면 하얀 목화밭에 차를  세워놓고 멀리 흰구름 사이로 딸을 찾아오신 내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 천국에도 목화밭이 있던가요?” 못내, 그리움에 딸을 찾아오신 ‘어머니와 딸의 재회’… 눈물로 범벅이 되고, 생전에 어머님이 그리도 좋아하신 목화밭, 그 목화를 따서 실을 만들어 오빠들 교복을 손수 만들어 입히시던  가난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모녀의 상봉은 언제나 눈물이었다. “어머니 막내딸이 사는 미국의 남쪽 땅엔 어머니가 좋아하신  하얀 목화가 만발했어요.” 그때 따온 목화가 우리 집엔  방마다 목화꽃 다발이 가득하다. 내겐 그 목화가 그리움의 꽃이다. 어떻게 저토록 고운 솜들이 꽃으로 피어났을까, 목화꽃을 보고 있으면 멀리서 은은한 종소리가 들리고 세상에 얼룩진 내마음이 물처럼, 구름처럼  흐르며 살자한다. 내게 숨겨진  나만의 방, 그  목화밭이 이민의 내 삶을 지켜왔다. 시인 김삿갓의 한시로 된 시집을 옆에 두고 옛 선비님의  맑은 시성에 내 마음 씻는다. ‘시는 본디 선비의 글이라 마음이 사특한 자는 시를 쓸 수 없다’는 그 진실에 눈이 뜨인다. ‘마음이 깨끗한 자가  시를 쓴다’는  언어 이전에 마음에 다듬어진 시인의 참된 인격을 생각하면 요즘처럼 시가 남루한 세상에 그 누가 과연  옛 선비의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닌 시인이 있을까,  부끄럼이 앞선다. 어느 날 유명 시인의 초청 강사에 갔을 때였다. 그 유명하다는  시인은 ‘국화 옆에서’서정주 시인의 시를 한 줄 한 줄 읽으며 자기 나름으로 비판하고 있었다. 우리가  고향 떠나 가을이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으로 느끼는 시 한 수가 ‘국화옆에서’아닐까… 난 감히 글을 쓴다 할 작가도 아닌데 신문에 글을 쓴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러나 내 말은 쓰지 않고 주옥같은 시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아직 소개하지 못한 그 시를 다 소개하려면 내 한 생이 짧다. 내마음 비우고, 옛 시인을 찾아나선 오늘은 마음의 보석을 찾는 행운아다.  본시 마음은 텅빈 것이라는데 마음밭에 얼룩도 닦아내고, 땟국도 지워내고 맑고 , 아름다운 시 한 수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 뒤에 숨어있는 참된 생각이 명상이요, 시가 아닐까 싶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애 휘날리더라.

오매! 

봄 바람나것네 ㅡ

누가 겨울 잠도 안자고 저 계곡마다

연분홍  치마폭을

수 놓았는가ㅡ

연분홍 치마가 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청노세 살랑대는

성황당 길에 ㅡ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계곡마다 지천으로

깔린 연분홍 치마폭 ㅡ 휘감고 ㅡ

누군들 봄 바람 나지 않것냐ㅡ

새빨간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살랑대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겨울 잡 안자고 연분홍 옷감을 짜서

계곡마다 피고 지는 연분홍 치마폭을  휘감고

봄날에 취해 봄니다. 

봄날은 간다.

시를 ㅡ 읽으며ㅡ김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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