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슬픔과 기쁨은 한 베개의 꿈이련가. 잔인한 인간이 스쳐가는 폐허가 된 땅, 산 허리 길잃은 흰구름만 서성이누나’
가을이 곱게 물든 볼가강! 자작나무 숲 사이 단풍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볼가강 가 끝없는 갈대밭 사이 이름모를 산새가 어디론가 길 떠나고 볼가강에 목욕한 반달이 하얗게 강을 쓸고 있었다. 동화속의 그림 같은 ‘바덴 바덴’은 ‘흐르는 강물’이라는 뜻이란다. 톨스토이 고향 볼가강을 찾아보고 싶어 어느해 볼가강 여행을 떠났다. 누가 그 아름다운 러시아의 볼가강에 철의 장막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킬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 어찌 생각하면 지상에서 가장 잔인한 동물이 인간이 아닌가 싶다. ‘닥터 지바고’에서 낯선 기차역에서 사랑하는 연인 라라를 보고 마지막 숨을 거둔 그 기차역에는 독재자 푸틴의 총칼에 무수한 인민이 학살당하는 전쟁으로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로 변하고 말았다.
러시아에서 출발하여 모스크바까지 12일의 볼가강 여행을 통해서 동화 속 그림같은 볼가강의 마을들 공산 치하의 땅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발틱해를 끼고 흐르는 볼가강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뱃길을 터놓은 수중 도시 ‘피터스버그’는 유럽의 베니스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움과 왕실의 유적, 예술의 도시였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는 피터 황제가 1702년 꿈의 요람 러시아를 재건하여 러시아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700마일이 넘는 수로를 완성하여 스탈린이 완성하였다. 700마일이 넘는 발틱해로 연결 볼가강은 러시아의 심장이었다. 무수한 전쟁 속에 꽃파는 할머니들은 갈 곳 없는 전쟁 미망인이었다. 공산치하에서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그들의 눈빛은 가슴 한켠을 아리게했다. 배가 모스크바에 가까워 오면서 화려한 별장과 바다에는 요트가 뜨고 보석같은 모스크바의 밤, 뉴욕의 맨하탄을 방불케했다.
빌리니어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모스크바에는 세계 명품이 모여있고 한달 수입 300달러도 안 되는 서민의 가난과는 상관없는 부르조아의 도시였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자유 민주주의 선언 후 자유를 찾는 우크라이나를 푸틴은 전쟁을 일으켜 피비린내 나는 시민을 학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마치 분단의 우리 조국의 아픔을 보는 듯하다. 자유란 쉽게 얻어지는 것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닌 깊디 깊은 내면의 세계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이기도하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붉은 광장은 독특한 러시아풍의 어니언 돔은 그 옛날 교회들이었다 한다.
스탈린이 15,000명의 사제들을 처형시키고 교회의 문을 닫아 버렸다한다. 푸틴 대통령 집무실에는 삼엄한 경계 속에 누구를 향한 것인지 거대한 대포가 힘과 국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마지막 러시아 황제를 시베리아에서 처형시키고 스탈린의 공산치하는 시작되었다. 푸틴은 고르바초프가 자유를 선언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일으켰다. 밀리언이 피난길에서 길을 잃고 죽어가도 내 민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푸틴은 과연 누구인가- 신은 과연 살아 있는지- 국민이 없는 나라, 이념이란 왜 필요한지, 사람이 신을 버렸는지, 사람의 자식임이 부끄러울 뿐이다. 푸틴도 과연 사람의 자식인지 가슴시리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어린 시절 고향 볼가강 가엔 낙엽이 지고 술에 취한 젊은이들 낙엽지는 거리를 거닐며 ‘보스다비냐’‘러시아여 안녕’을 외친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문학을 통해서 노예해방을 부르짖었고 농노의 자녀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밤이면 가난한 서민들이 사는 밤거리를 방황하며 그들의 삶의 고뇌를 보고 들었다. 그의 진정한 휴머니즘, 그는 살아 숨쉬는 영혼의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의 러시아 푸틴의 잔인한 전쟁을 예감이라도 한듯- 어느 갈잎이 지는 날 그의 아내 소피아에게 한 통의 편지를 남긴채 시베리아 행 열차에 몸을 싣고 눈쌓인 그 길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참회록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인생에 던진 마지막 물음이었다.
정도에 따라 신을 볼 수 있다. 내가 신을 보는 그대로 신이 나를 보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을 하늘 높이 높이는 자에게는 밝고 화창하다. 구름 위에는 언제나 태양이 빛나고 있으니까. 인간의 영혼은 신의 등불이다. (톨스토이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