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봄’이면 어릴 적 고향 풍경이 떠올라 생각에 잠기곤 한다.
나에게 놀이터도 되고 친구도 되어 주던 내 고향의 돌밭. 내 고향은 강원도 소양강하고 의암댐 사이에 위치한 박사 마을이라는 곳이다. 아낙네들이 광주리 장사로 자식들을 공부시켜 박사들을 많이 배출하였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우리 동네에서 춘천 시내에 있는 학교까지 가려면 조개강이라는 큰 호수를 끼고 돌밭 길을 걸어 강을 질러 나룻배를 타고 가서, 넓은 들판을 가로 지른 후 한 번 더 돌밭 길을 걸어 다시 나룻배를 타고 내린 다음 한 번 더 돌밭 길을 걸어가야 드디어 시내가 시작된다. 거기서 학교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차비가 없는 우리들은 자기 학교를 향해 행진하듯 흩어진다.
돌밭과 강물을 벗 삼아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을 만끽하면서 어린 소녀의 꿈과 희망을 키우며 지낸 시절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이제 그리움으로 남는다.
봄날 아침 햇살에 비추어 살랑 살랑거리는 물결의 움직임, 태양 빛을 빨아들이듯 펼쳐지는 그 광경을 어떻게 글로 담을 수 있을까? 햇살이 짙어지면 아지랑이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그 사이로 노랑 나비들이 나풀 나풀 아지랑이를 잡을 듯 말 듯 뱅글거리며 어울려 노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봄이면 할미꽃이 자주 빛으로 돌밭을 물들이고… 그 환상적이고 찬란한 모습이란! 정겹고 예쁜 할미꽃을 따서, 지난 가을 피고 진 들국화 줄기에 꽂아 꽃나무를 만들어 장식하다 보면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들 지저귀는 소리는 나를 부르는 듯 했다. 그 화려한 할미꽃이 질 무렵이면 흰머리가 되어 눈꽃 날리듯 휘날리며 마치 “나는 간다, 나는 간다” 하듯 사라진다. 떠나는 할미꽃이 아쉬워 강가에 올라오는 버들강아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삑삑거리며 노래부른다.
‘뒷동산의 할미꽃 꼬부라진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하하하하 우습다 꼬부라진 할미꽃’
이제는 저 정겨운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내 고향의 풍경은 내 가슴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