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목사
한국에서 목회를 할 때 대통령을 위한 국가 조찬기도회가 해마다 있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에 매년 한 차례씩 연례행사처럼 해온 것이라서 항상 기독교에서는 큰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해인가 한가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설교 후에 대통령이 나와서 낭독한 답사가 그것입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한다면 답사라기보다 일종의 탄식이요. 질책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그 요지는 이것입니다.
기독교가 사회의 어둠을 몰아내고 부패를 막는 빛과 소금이 되기는 커녕 스스로부터 썩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공무원들에 대해 내사해본 결과 부정 부패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 가운데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더 나아가 스스로를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 자처하는 기독교인들이 천만명을 넘는다는 이 나라가 왜 이토록 타락하게 되었느냐고 뼈아픈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독교에 그 책임이 있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지도자가 이토록 직선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특정 종교를 몰아붙인 사례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기도회에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대표들 뿐만 아니라 주한 외교 사절들도 꽤 많이 참석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기독교가 모욕적인 질책을 받은 것은 땅을 치고 통탄해야 할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장로였기에 망정이지 만일 불교 신자로서 그런 말을 했더라면 기독교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을 지도 모릅니다.
한심한 것은 교회 지도자들과 평신도들이 이런 충격적이고 모욕적인 사건 앞에서도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일이 영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에 덤덤하게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이 뜨인 사람이라면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답사는 이 사회에서 기독교의 존재가치에 대한 회의요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기독교 인구가 일천만이 넘는다고 늘 자랑하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그 자랑이 오히려 우리의 수치가 되어 버렸습니다. 국가의 운명이 걸린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후보들과 그 주변 인물들을 보면 비리에 연관이 안 된 분들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수치가 되어버렸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의 기독교가 왜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나라가 온통썩어가고 있는데 부패를 막아야 할 이 땅의 빛과 소금들은 다 어디로 갔습니까? 무기력하다 못해 스스로 부패의 독소에 오염되어 있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조국을 떠나 살고 있지만 항상 우리들의 마음속은 조국을 늘 그리워 하며 형제들을 그리워 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 탄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하며 새 대통령을 통하여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바르게 우뚝 경제 성장을 이루며 가장 위대한 나라가 되길 함께 기도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