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감흥을 일으킬 삶의 신선한 청량제를 도모키 위해 연극방송 동우회와 주간 동남부가 공동 주최로 악극 ‘번지 없는 주막’을 선택했다. 줄거리는 반도의 일생을 소재로 무작정 상경한 삼봉 부부의 애절한 사연과 반도 악극단 단원들의 애환을 엮은 극중극이다.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일제 말기에 유행한 신파극 인데 광복 이후 6.25동란으로 해체되고 휴전이 된 후 영화의 전성시대가 돼 신파극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됐다.
유랑극단은 일제하에서 국민들이 당한 압박과 설움을 달래 주고 회포를 풀어주다가 사장된 신파극을 1993년 극단 ‘가교’가 옛 유랑극단들의 작품을 재 창작해 새롭게 재현한 첫 작품이 ‘번지 없는 주막’(김상열 작)인데 대성공을 해 1년 이상 장기 공연을 하고 연극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리고 출연자 중 김진태, 김성녀, 최주봉, 박인환 씨가 스타덤에 올랐다. 대작 ‘번지 없는 주막’은 20여 명의 출연진과 함께 노래와 춤이 펼쳐졌던 일제시대 음악연극이다.
그런 대작을 애틀랜타에서 재연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모험이라 공연이 결정된 후 회장이란 중책에다 연출까지 하게된 나는 앞이 캄캄했다. 또 다시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면 된다는 각오를 하고 작품을 분석 검토하고 연출 플랜을 세워보니 연기자들이 문제인데 그 중에도 주인공 삼봉이 부부역은 직접 노래를 여러 곡 불러야 하기 때문에 연기와 노래가 필수였다. 그 때문에 연기자를 물색하다가 지난날 한국학교 후원회 밤 행사 때 특별 출연을 했던 강신범씨가 노래도 잘 하고 특별해 그를 계속 설득해 출연케 했다.
그 외에도 최영찬, 이현, 전진구씨 및 연주자들과 무용수들을 물색하고 연습을 하는데 처음 출연하게 된 연기자들이 경험이 전혀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다 직접 지도를 해야 했다. 출연자들은 학교나 직장이나 사업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고 또 연극을 계속 하거나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연출을 하면서 연기자들을 보석처럼 아끼고 우대했다.
다행히 연기자들이 연습을 통해 연극에 대한 진미와 종합예술에 대한 예술적 가치를 알게 된 후 열심히 노력을 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고 자신이 넘쳤다.
처음 연극을 하며 주인공을 맡은 강신범씨는 무용수와 엑스트라를 할 여인배우가 필요해 직접 자기 부인까지 출연케 하는 등 열성을 다 했다. 연습 도중 흘러간 노래 ‘청춘고백, 애수의 소야곡, 비 내리는 고모령, 번지 없는 주막’ 등 20여 곡을 라이브 밴드와 연기자들과 무용수들이 함께 리허설을 해야 되는 등 정신없이 바쁜 역경을 거쳐 막을 올린 ‘번지 없는 주막’은 대성공이었고 둘째 날은 관객이 너무 많이 몰려 복도와 빈 공간까지 꽉 찬 가운데 박수갈채 속에 대성황의 막을 내렸다. 감개가 무량하다. 연기자가 부족해 나까지 출연했던 꿈만 같은 모험과 도박이었다.
김동식 연예인 협회장과 연주자들 및 무용수들과 스탭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