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죽은 듯 서있는 겨울 나무 가지에
성근 매화 한송이
죽은듯 서있는 바위틈에
고운
꽃잎을 만들어 낸
그 마음이 매달린거야
바위에 외로히 서서
그 아픈 겨울을
울어 -
울어 -
봄을 기다려--
깊은 산
숨어사는 선비
''그 누구 없느냐'' ?
그 목청
듣는이 없이
홀로 섧고 외로워라
산새들 울음
계곡을 흔들어도
산안개 자욱한 빈산
아프게 피워 낸
매화야 --
고운 잎새에 봄을 매달고
깊은 계곡 산안개 묻혀
세월가도 바우섶에 홀로 몰래 피어
봄을 기다려-- (시 김경자)
지난해 숨어사는 은둔자처럼 바위를 벗삼아 매화를 심었더니 이봄 죽은 듯 메마른 가지에 매화 송이들이 나를 놀라게했다. 내 마음을 헹구는 일에 자연을 벗삼는 일보다 소중한 친구가 있을까… 안 추었니? 매화가 죽을까봐 영하의 밤에 나가 꽃대를 덮어주고 갖은 정성을 다했다. 그런 매화 가지에 저리 꽃이 피었으니 가뜩이나 홀로움의 아픔에 시달린 마음에 봄 소식이 전해온다. 옛 시인들은 시로 묻고 시로 화답하는 아름다움이 기계문명이 판을 치는 세상에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바위 돌에 핀 매화가 겨우내 움츠리고 아픈 내가슴을 어루만진다.
'얄미운 매화가 피리소리 재촉터니
고운 떨기 떨어져서 푸른 이끼 점찍네.
봄바람 살랑 불자 하늘 물결 푸르른데
눈길 고은 미인은 오는가, 안오는가. (시인 김유근 1785-1850)
매화는 유난히 옛 선비님 사랑의 꽃이었다.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매화가 지닌 품격, 인내, 덕은 매화만이 지닌 매력이다. 옛 스승들은 ‘온고이지신’ 옛사람들의 올바른 배움없이는 오늘을 볼 수 없음을 일러준다. 아무리 힘든 세상에 살아도 기본은 양심의 불을 밝히는 일이다. 고전에 ‘대학’이 가르치고자 한 기본 정신은 ‘맑은 마음, 명명덕’ 이었다. 양심에 불을 밝히는 길, ‘대학’이다. 과학 문명이 인류에게 가져다 준 엄청난 혜택을 누리며 사는 현대인들은 ‘코로나’ 가져다 준 병마의 위협보다 무서운 질병은 마음을 잃음이다. 무서운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현대인들의 난치병은 막힘을 여는 지혜의 열쇠를 ‘온고이지신’ 옛 스승의 지혜에서 얻는다.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사는 세상에는 사람이 삶의 주제다. ‘밝은 덕’을 찾아 바른 마음을 찾아가는 길, 양심의 불을 밝히는 지혜의 덕을 지닌 사람, 깊은 속마음 찾아서 길 떠나자. 조금만 더 깊은 마음으로 들어가면 평온한 마음을 찾을 수 있는 속마음,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이 깨달음이라 고전은 가르친다.
행복은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봄향기 품고 찾아온 매화 한 송이, 아침식사 사과 한 알, 커피 한 잔, 구두가 좀 낡았으면 어쩌랴! 제발 어깨 좀 활짝 펴고 가끔 찾아오는 고독이란 놈과도 마주하라. 행복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찾아오는 따뜻한 마음에서 온다. 행복을 구질구질하게 쫓아 다니지 말라. 명품을 걸친다고 행복한 게 아니다. 행복은 당신의 신발 안에 숨어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