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뉴스칼럼] 인플레이션의 사람 차별

미국뉴스 | 사설/칼럼 | 2022-01-27 08:16:52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당분간 맥주하고, 마늘만 먹고 살까 봐요.” 코스코에서 장을 봤는데 그날 카트에 옮겨 담은 품목 중에 이 2가지만 겨우 ‘납득할 만한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하는 소리다. 그의 말 대로 요즘 대부분의 식품은 ‘납득이 어려운 가격표’들을 달고 있다.

 

“한국도 올랐지만 미국이 더하군요. 놀랐어요.” 한국에서 잠시 다니러 왔다는 사람도 말을 보탠다. 미국이 전과 달라진 것 같다고도 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유류세를 일시 낮추는 조처 등을 통해 물가에 적극 개입하는 한국과는 달리 여기는 그런 게 없다. 고기에서 감자, 주거비에서 개솔린까지 모두 올랐다.

 

2년 가까이 고생하다가 겨우 제 자리를 찾아 가고 있는 식당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요즘은 한국식당 가기가 겁난다는 이들이 있다. 가격표를 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막상 식당은 재료비에 인건비까지 너무 올라 어렵다고들 하는데-.

 

미국의 인플레이션 율은 지난 40년래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간과되고 있는 것이 있다. 각 가정이 겪는 인플레이션 율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사람을 차별한다. 공평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소득에서 하위 20%로 분류되는 미국 가정은 보통 가계 수입의 15% 정도를 식품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상위 20% 가정보다 식품비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지난 12월의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7%. 가장 최근 자료로, 1년전에 비해 동일 품목의 가격이 평균 그 정도 올랐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위 20% 가정이 경험하는 실제 인플레이션 율은 7.2%인 반면 상위 20%는 6.6%로 같지 않았다는 조사가 있다. 없는 사람이 더 어려웠다.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은 소득계층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경제가 불확실하거나 불경기일 때 호화 상품의 구매는 자제하게 된다. 하지만 식품비와 연료비 등은 아낄 수가 없다.

 

여유 있는 가정은 경제가 어려울 때 휴가 패키지나 신차 구매를 뒤로 미룰 수 있지만, 빠듯한 집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해서 생필품 구입을 미룰 수 없는 것이다. 지출 중에서 식품비와 개스비를 빼고 나면 두 그룹의 인플레이션 갭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은 이같은 현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득에 따른 인플레이션 갭은 불경기 일수록 차이가 더 커진다. 지난 2008~2009년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불경기 때 미국 최상위와 최하위 소득계층이 겪은 인플레이션 율이 1% 가까이 차이가 났다는 보고서가 있다. 이번에도 지난해 초 0.16% 정도이던 두 계층의 인플레이션 차이가 1년 후 0.6%로 늘어났다. 인플레이션 갭은 앞으로 더 벌어지리라는 전망이다.

 

반면 호황일 때는 그 차이가 줄고, 오히려 역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16년에는 저소득 가정이 경험한 인플레 율이 부유층 보다 0.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유층과는 달리 경기가 좋다고 저소득층이 럭서리 용품을 막 사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 원인을 두고는 진단이 엇갈린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가 세계적 현상임을 강조한다. 팬데믹으로 인한 생산 저하와 공급망 문제가 주원인이라는 입장이다. 영국과 캐나다도 30년만에 최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인플레이션도 지난달 5%로 근 25년만에 가장 높았다고 한다.

 

반면 바이든 정부의 확장적 경제정책이 미국의 인플레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강하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는 달리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심각하다. 빈자일수록 더 실감나게 느껴지는 인플레 현상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인플레이션의 사람 차별이 원망스럽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법률칼럼]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1월 영주권 문호가 발표되면서 가족이민과 취업이민 전반에 걸쳐 미세한 진전만이 이루어진 가운데, 이민 희망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번 문

[벌레박사 칼럼] 집안에 나오는 벌레 미리 예방하기

벌레박사 썬박 집안에 벌레가 나오는 곳을 보면 유독 벌레가 많이 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는 곳이나, 벌레가 자주 보이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미국에 있는 많은

[신앙칼럼] 외모에 끌리는 시대(An Era Of Attracting To Dishonesty, 사사기Judges 21:2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각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21:25). 이스라엘의 영적 암흑기를 대변하는 강

[행복한 아침] 새해 앞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새해 앞에 서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송구영신으로 다망한 시간을 보낸 탓으로 돌리면서도 습관처럼 살아온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새해에는 어떠한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특별 기고] 지미 카터 대통령을 추모하며

장석민 목사 12월 29일(일요일), 미국 제39대 대통령을 역임한 지미 카터 (Jimmy Carter) 전 대통령이 별세하였다.고인이 되신 카터 대통령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며,

[화요 칼럼] 새(new) 땅에

한 달 넘게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행가기 전에 집 안팎을 낙엽 한 잎 없이 깨끗하게 치웠는데 뒤마당은 무화과, 장미, 사과 나뭇잎, 그리고 담장너머 뒷집 구아바(guava) 나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민경훈의 논단] 간교하고 지혜로운 뱀의 두 얼굴

포유류 가운데 시력이 가장 좋은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인간이다. 인간은 20/20 비전이 있고 공간 지각력이 뛰어날뿐 아니라 100만개의 색소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