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칼럼니스트)
1993년 11월 11일 조지아 6.25 참전 전사자 740명에 대한 위령비 제막식이 조지아주청사 옆 FLORD 빌딩 광장에서 경건하고 엄숙하게 거행됐다. 광장에 모인 한국전 참전 용사들인 노병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감사해했다.
그동안 미국에 이민와 먹고 살기가 바빠서 6.25 참전 용사들과 전사자들과 그리고 그 가족들과 미국에 대해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전 한인회장이며 한미우호협회 박선근 회장이 조지아 한국전쟁 참전 전사자 위령비 건립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면서 직접 한국에 나가 위령비를 제작해다가 제막식을 거행하게 됐다. 우리는 제막식과 함께 한국전쟁 참전 희생자 740명에 대한 명복을 빌고 그 가족과 미국민들에게 경건하게 머리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나는 43년 전 6월25일 새벽 0시 문산 하숙집 북쪽 방향에서 울려오는 포성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우리 가족은 38선 선상에 위치한 임진강변에 살고있어 더욱 불안했다. 하지만 그동안 38선 선상에서는 남북한 군인들이 자주 충돌을 하고 총격전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일시적 충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북한의 대대적인 6.25 남침의 순간이고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국군이 인민군을 격퇴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계속 되풀이했는데 오후 4시가 지나자 헌병들이 시내를 돌면서 즉시 피난을 가라고 해 정신없이 피난길에 오른 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휴전이 될 때까지 국군과 미군과 UN군들의 시체와 인민군, 중공군들의 시체 사이를 오가며 생사의 고비를 넘고 넘는 전쟁이라는 미친 인간들의 비극을 실감했다. 그 당시 조지아의 귀한 아들들 740명이 희생됐다. 그들은 이유여하간 한국을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미국의 아들들이다.
혹자는 참전 희생자들이 미국을 위해서 싸운 것이지 한국을 위해서 싸운 것이 아니라는 괴상망측한 억지 논리를 펼치고 반 미를 외치며 한미 혈맹의 고귀한 관계를 저해하고 있다. 전사자들이 미국을 위해 싸운 것이 사실이지만 결과는 한국을 위해서 싸우다가 희생된 것이다. 6.25 당시 나의 형이 군에 입대했을 때 부모님이 전쟁을 얼마나 원망하고 애를 태웠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전선에서 희생된 3만여명의 미국 부모들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비통했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그 때문에 미국을 선택한 우리 코리언 아메리칸 들은 미군의 참전과 희생으로 인해 지금 이 땅에서 잘 살게 된 것이다. 우리는 위령제 제막식을 통해 6.25 참전 조지아 전사자들에 대한 큰 업적과 공헌을 잊지 말고 길이 받들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는 6.25 참전 위령비가 한국과 조지아와 그리고 코리언 아메리칸들의 역사적인 혈맹의 증표로 영원토록 빛나기를 기원하면서 핸들을 잡고 내일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