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행복한 아침] 날마다 새해처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2-30 09:19:0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김정자(시인·수필가)

 

많이 행복했고, 많이 아팠고, 많이 인내했던 한 해가 기어코 저물었다. 포부를 품고 정갈하게 비워진 새 캘린더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하루 빈 캘린더를 채워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 여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마다 인류 모두에게 한치 오차 없는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고 소양껏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기도 하고 빈틈없이 생을 이끌어내기도 하면서 하얀 백지 위에 부여 받은 생을 주어진 몫만큼 씩 그려가고 있다. 지우개도 연연치 않으며, 딱히 별다른 수긍을 요구하지도 않으면서, 뜻밖의 망설임도 없이 묵묵히 과감하게 그려나갔어야 할 일이었다. 여유없음에서 정성없음으로 마냥 그려넣기만 했던 한 해 그림들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그리려했던지 유구무언이 되곤 한다.

빈틈이 숭숭하든 실속으로 알뜰하게 채워지든 살아온 잔재는 역사 속으로 흘러들고  밝은 기운이 솟구치는 한 해가 시작되었다. 세상은 눈부시게 급변하고 일상의 많은 부분을 전화기로 컴퓨터로 처리하고 연말 연시 선물조차도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손편지 세대였던 아날로그 세대들은 손수 쓴 편지, 카드가 전해주는 따뜻함에 익숙해있기에 이메일로 카드를 대신하고 문자로 새해 인사를 나누다 보면 반갑긴 하지만 감동이 줄어든 것 같은 허전함에 사람 냄새가 그리워진다. 묵은 고정 관념들이며 전통이란 미명 아래 길들여지듯 익숙해진 것들까지 새해엔 서두르지 않으며 꾸준히 덜어내가며 묵은 땅을 일구고 새로운 씨앗을 심고 좋은 열매를 기대하며 남은 날들을 경작해가는 성실한 일꾼이 되어보기로 했다. 절기따라 가꾸고 돌보다 보면 분명히 묵은 상처에도 새 살이 돋을 것이요 과연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며 오랜 지인들과 하이 파이브를 날릴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은 끝맺음에서 시작된다. 세모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끝 맺음이었다. 한 해라는 단위가 마치 유효기간 설정인 듯 다음 해로 건너가는 틈새는 여축 없는 간격으로 넘겨진다. 극미세 시간의 흐름이 때로는 삶을 짓누르고 절박함으로 밀어붙이기도 하지만 새로움을 기대하게 하고, 초조한 무기력과 의기소침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어 주기도 하며, 마냥 여백 없는 세월임을 탓하고만 있을 수 없음이라 일깨워주기도 한다.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기대감이 교차되는 송구영신 길목에 서면 헤아림의 정산이 가지런히 정돈 되었는지 살펴보게 된다. 가재도구, 옷장, 책상 서랍이며 책 읽기와 사색을 위한 산책까지, 심지어 관계의 정립까지도. 한 해를 살아온 잔재는 미흡하기 이를 데 없지만 반성이 도출해낸 참회 과정은 자존감 회복에 일조해 주었고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세월의 향기로 발효되고 있었던 것이다.

떠나버린 한 해 앞에 면구스러움이 앞을 가리고 후회와 미답이 둔덕을 이룬다. 작심삼일도 등장하고 떠나보낸 소중한 시간 앞에 자책과 존재의식 조차도 불편하지만 지난 해의 이룸과 실패에 집착하지 말자. 새해에는 새해의 해가 다시 떠오르고 새해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니까. 지난 아픔과 상처는 비워내고 선한 것으로 채우며 새해로 들어서자. 비워야 내 영혼이 살아날 수 있다. 그 비움의 자리에 꿈과 비전으로 풍성한 은혜가 은밀하게 채워질 것이다. 순간순간을 구사해온 편린들이며 일상들을 각고로 다듬어온 글 조각들을 이생의 옹골찬 글모음으로 남기고 싶다는 아우성이 온 몸과 마음을 이토록 달뜨게 할까.

날마다 새해를 맞듯 하루 하루들을 그려 넣으며 평온이 숨쉬는 날렵한 획을 그려 보리라. 잊지못할 풍경 앞에서는 한 폭의 수채화로, 어느 계절엔 유화풍의 터치로, 안개 자욱한 날엔 수묵화로, 어느 여행지에선 서양화로 365일이라는 긴 두루마리에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려가리라. ‘인생이 길면 얼마나 길 것인가” 모든 인생은 날마다의 긴 여정을 계속 걸어가고 있다. 잘 살아냈는지 잘못 살아가고 있는지 득실을 따질 연유도 없어 보인다. 

모든 인생들이 가는 길은 같은 곳을 향해 가고있기에 나태해진 지성은 버리고 가능하면 다 품고, 좋은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자. 베풀 줄 알고, 잘잘못을 너그럽게 보아줄 줄 알아서 넓은 아량을 지닌, 시원스런 큰 마음씨로, 도량 있고 슬기롭게, 관대한 넉넉함으로 날마다의 하루들을 새해맞이처럼 모색해야 할 일이다. 송구영신 건널목에서 결연의 옷을 입고 작심이란 외투까지 단정하게 겹으로 입으며 예절을 갖추고 새로운 한 해를 맞으려 한다. 매일 매일의 하루들을 새해 첫날처럼 생기 있는 걸음으로 선명한 족적이기를 다짐하면서.

임인년 새해가 열렸다. 이 광활한 미국 땅에서 한인사회 입지를 굳혀가며 소수민족으로써 자신감 넘치는 열정으로 힘있게 달려가는 호랑이처럼 대형 화폭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호랑이 해를 무색하게 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도모를 꿈꾸며.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독자기고]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매김 한 K-컬쳐

김대원(애틀랜타 거주) 요즈음 케이 팝과 한국의 민요인 아리랑 그리고 구곡간장을 녹이는 판소리를 배우고 싶어하는 10대 20대의 젊은 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온

[법률칼럼] DACA, 2026년 현재와 미래… 드리머들의 선택은 무엇인가

케빈 김 법무사 2012년 시작된 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는 미국에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입국한 서류미비 청년들에게 추방을

[행복한 아침]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들

김 정자(시인 수필가)   하루 일상의 시작은 식사준비에서 시작된다. 매일 설거지하고 치우고 닦기를 번복해도 그리 표시가 나지 않는데 며칠만 손을 놓으면 당장 뒤죽박죽에 난장판 일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기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초여름인 6월의 날씨는 밤새 내린 비로 인해 봄날의 산들바람처럼 싱그럽다.빗물 머금은 풋풋한 신록의 나무 잎새는 부드러운 바람결에 하늘거리고 있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7)

대대적인 디지털 대전환 선언: 사회보장국(SSA)의 운영 혁신과 은퇴자 가이드종이 없는 모바일 SSN 도입, 24시간 디지털 서류 제출 등 대고객 서비스 개편 총정리 천경태 (금융

[신앙칼럼] 폭염의 향성: 솔라 피데(Tropism in the Sweltering Heat: Sola Fide, 마태복음Matthew 26: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믿음의 향성(Tropism of Faith)프랑스 작가 나탈리 사로트(Nathalie Sarraute)는 자극에 끌려 미세하게 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나무들

조이스 킬머 나는 결코 볼 수 없으리나무처럼 사랑스러운 시를 굶주린 입으로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잎새 무성한 팔을 들어 기도하는 나무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삶과 생각] 한국전 기념 및 헌화행사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 이사장 프랭크 브레이크)가 주최한 한국전 기념 및 헌화 행사가 지난 7월 24일 엄숙히 거행됐다.1992년부

[수필] 뒷짐 진 삶에게 던지는 질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소 같으면 골프를 치고 돌아와 가방만 슬쩍 던져놓고는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던 과묵한 남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현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 클레임, 무조건 신청해야 하나

최선호 보험전문인 똑같은 물건을 남보다 비싸게 사면 괜히 억울한 마음이 든다. 더구나 옆집 사람과 완전히 같은 물건을 샀는데 나만 더 비싼 값을 냈다면 더욱 기분이 좋지 않다.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