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띠 새해를 1주 앞두고,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용감한 우리들을 봅니다. 신나는 새해가 될 것입니다.
12월 21일에 서울에 도착해, 아들의 집에서 자가격리 7일 차이며 3일 후에는 해방이 된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체온과 증상을 서초구 보건소에 보고합니다.
보고가 늦으면 보건소에서 전화로 추궁을 받게 됩니다. 이 전염병의 관리를 위해서 시행되기 시작한 이 추적(tracking system)이 인권을 침해하면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고 싶은 정치인들에게 잘못 쓰여질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가 격리로 강제로 한가해진 내가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읽은 세 권의 책들은 공교롭게 모두 구한말 혼란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책이었습니다.
민비 조카 한사람을 구해주는 왕가에 충성한 공로로, 고종으로부터 국가 소유 금광의 개발권을 받은 미국 선교사 앨런의 요청을 받고 달려온 채광업자 테일러의 아내 메리 테일러가 쓴 ‘호박(amber) 목걸이’를 두 번째 읽은 후, 내가 속한 독서클럽의 다음 읽을 책으로 정해진 이황직 교수의 ‘서재필 평전’을 읽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선배로도 존경하는 서재필 박사의 평전을 읽으면서 사업가로서의 서재필, 그 아까운 사업체를 파산시켜가면서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 서재필,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저쪽’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참고로 여러 번 인용한 책, 한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우리 글방의 엘리트 회원이신 신복룡 교수께서 번역한 영국 작가 비숍(Bishop)의 견문기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을 주문해 7시간 만에 받아서 지금 읽고 있습니다. 방문자의 시각으로 알아보는 우리들을 묘사한 글을 읽으면서, 웃다가 울다가 화를 내다가도 수긍을 하는 일들을 반복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서, 이 나라를 말아먹은 구한말 왕과 정치꾼들의 ‘나 먼저’ 행패를 구역질나게 느꼈습니다. 문제는 이 나라가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정치꾼들의 사고와 편견이 있는 정치 행위는 구한말 시대의 그것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는 듯 한 것입니다.
‘위민’한다는 잘 흘려서 쓴 초서 액자를 사무실 벽 높은 곳에 못을 잘 박아 붙여놓고도 자기와 자기의 조직을 우선시하는 이 정치꾼들의 사고는 100여 년이 지나고도 바꿔지지 않고 있으니 슬프디 슬픈 것입니다.
개인의 위치를 추적하여 전염병 전파를 예방하려는 추적 시스템이, 정치꾼들의 욕심과 만났을 때 ‘비밀 경찰’ 설립 법안이, 읽기에 다정한 이름으로 포장되어 상정됨을 상상하는 것은 비약일까요? 법을 쉽게 만들고 그 법에 저촉을 받을 국민들이 저항조차 안 하는것을 보면서도, 나의 상상이 망상이기를 염원합니다.
2022년은 호랑이 해라고 합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가 사는 산 속으로 가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이 뻔한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서 산으로 들어가는 해, 즉, 실천을 하는 2022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