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보석줍기] 아궁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2-20 12:11:32

보석줍기,오윤숙,아궁이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오윤숙(꽃길걷는 여인·쥬위시타워 보석줍기 회원)

 

아궁이 불을 지피는 모습은 이제 한국 민속촌이나 구석진 산 속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을까? 내 어린 시절은 전쟁 후라 모두가 어렵고 힘든 때였다고 들었다. 가을부터 남자아이들은 학교 다녀온 후면 지게를 매고 산으로 향한다. 땔감을 지게에 가득 채워 동네에 들어서면 노을이 뉘엿뉘엿 저물어가기 시작하고 이집 저집 초가집 저녁 아궁이 불이 벌겋게 타오르면서 굴뚝에서는 보리와 감자를 삶는 구수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허기진 배로 따뜻한 온돌방에 둘러앉아 찬 없는 밥이라도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 그 맛은 꿀맛이다. 늦은 저녁, 아궁이에서 다 탄 불을 화로에 옮겨 방으로 옮겨 윗풍을 따스하게 데우면서 고구마와 밤을 화롯불 속에 묻어 놓고 꾸벅꾸벅 졸다가 다 태워버리면 또 다시 구우며 긴긴 겨울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사랑방에서 머슴 아재들은 밤새는 줄 모르고 눈을 비비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담소를 나누면서 새끼를 꼬고, 새벽 동이 터 오르면 여인들은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르고 식구들이 추울 새라 아궁이에 불을 지펴 세숫물을 데우고 밥짓기를 시작하고 시래기 된장국 냄새는 온 식구들을 깨운다. 나는 데운 물을 바가지에 떠서 손가락으로 소금을 찍어 이를 닦고, 대야에 따스한 물을 부어 고양이 세수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가을 추수가 끝날 무렵에는 가을 추수걷이를 하면서 한 해 농사를 지켜주심을 감사하는 제사를 드리는데, 아궁이에 커다란 시루를 얹어 불을 지피고 팥시루떡을 찌면 나와 동생들은 큰 잔치를 하는 듯 좋아 폴짝거리고 집집마다 떡을 돌리는 심부름을 하면서 이웃 간에 정을 나누곤 하였다.  추수걷이가 지나면 김장이 시작된다. 땅 속에 커다란 항아리를 여러개 묻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새 봄까지 먹을 김치, 동치미, 깍두기 등 여러 가지 김치를 담는 날에는 아궁이 가마솥에 돼지 고기도 삶고 한 쪽에 된장풀어 배춧국을 끓인다. 그 구수한 냄새에 차가운 몸이 훈훈해지고, 배추 쌈에 돼지머리 고기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또 한해 농사지은 콩을 아궁이 가마솥에 오래 오래 삶아 메주를 만들어 긴 겨울 동안 메주를 띄운 후에 그걸로 봄에 간장, 고추장과 된장을 만들어 일년 동안 두고 먹는다. 그것 뿐인가 추수한 쌀로 아궁이에 밤새도록 엿을 고아 명절에 만든 산자와 콩엿은 겨울 간식으로 최고이다. 이렇듯 친근하게 우리 곁에 있던 고마운 아궁이가 이제는 찾기 어려운 옛 것이 되었으니 괜시리 맘이 한편이 섭섭하고 울적해진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

이용희 목사 사회생활이란 곧 사람과 사람의 만남입니다. 만남과 대화의 자리란 자석의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이 아울리듯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합니다. 플러

[박영권의 CPA코너] 현금 매출, 정말 IRS가 모를까?(보이지 않는 현금도 결국 사업 기록 속에 흔적을 남긴다)
[박영권의 CPA코너] 현금 매출, 정말 IRS가 모를까?(보이지 않는 현금도 결국 사업 기록 속에 흔적을 남긴다)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현금은 카드나 수표처럼 거래 기록이 바로 남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업에서 발생한 현금은 매출, 매입, 급여, 은행거래, 세금신고 등 다

[법률칼럼] 9월 18일 시행 ‘공적부조’ 강화, 영주권 심사의 기준이 달라진다

케빈 김 법무사 오는 2026년 9월 18일부터 미국 영주권 심사에서 이른바 ‘공적부조(Public Charge)’ 판단 기준이 다시 강화된다. 미 국토안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마

[행복한 아침] 인생  일기 예보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구나 인생길을 맑은 날씨 속에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정작 편도로 밖에 살 수 없는 인생길인데 숱한 시련과 고난의 맥락을

[신앙칼럼] 네가 어디에 있느냐? (Where Are You? 창세기Genesis 3: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 네가 어디 있느냐?“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 (창세기 3:9) 인류 최초의 비극은 선

[추억의 아름다운 시] 청노루

박목월 머언 산 청운사(靑雲寺)낡은 기와집 산은 자하산(紫霞山)봄눈 녹으면 느릅나무속잎 피어 가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맑은 눈에 도는 구름 박목월의 초기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 화재, 보험은 어디까지 보상해 줄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불은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다.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히고, 금속을 녹여 도구를 만들고, 추위를 이겨내며 인간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삶이 머무는 뜰] 수천 년의 시간이 맺어준 우정

조연혜 수필가 몇 달 전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대륙의 북쪽 끝 알래스카. 실은 크루즈엔 별 기대가 없었다.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땅을 두 발로 디딘다는 설렘에 난생처음

[애틀랜타 칼럼]  여러분은 하나님을 만나 보셨나요

세상은 지금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도덕적 혼돈, 사회적 혼돈, 정치적 혼돈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고 근본적인 혼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란 무

[법률칼럼] 이민국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완 기회’보다 중요한 첫 접수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제도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민 신청서에 서류가 부족하거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서류요청(RFE)이나 거절의도통지(NOI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