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방송동우회 3회 공연 작품 ‘도라지 강도’는 LA에 있는 한인 극작가 장소현씨 희곡인데 연극의 무대는 LA에 정착한 분단 민족의 후예들이 미국에서 겪게되는 비극과 우리들의 자화상을 극적인 해학으로 고발한 창작극이다. 줄거리는 8.15 해방 후 미·소 양국이 얄타회담에서 국토와 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38선으로 인한 비극 때문에 발생하게 된 6.25 동란이다. 동족상잔의 치열한 전쟁터에서 헤어진 큰아들이 고아로 전전하다 미국으로 입양된 이후 도라지 강도가 돼 부조리와 악덕 졸부들의 만행을 보다못해 그들을 상대로 강도짓을 해 불우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인데 불법이라 사회적인 큰 문제로 부각 돼 도라지 강도가 한·미 사회의 중대하고 시급한 사건이 된다.
한편 범인을 잡으려는 한인 경찰관은 6.25 전쟁 중에 태어난 도라지 강도의 친동생이다. 당시 만삭이었던 어머니는 쏟아지는 포탄과 불바다 사이에서 큰아들을 잃어버리고 뱃속의 아이 작은아들을 낳고 일생을 잃어버린 큰아들을 목이 메도록 부르짖고 그리워하며 재회의 날을 기다리면서 작은아들에게 형을 찾으려 북한으로 가겠다고 애걸하는 분단의 아픔과 비극이다. 그렇게 민족의 비극은 미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줄거리다.
작가는 한인사회의 부조리와 분열과 무지를 풍자적으로 골고루 파헤치고 고발을 했는데 극의 크라이막스와 마지막은 경찰관인 동생이 자기의 형인 줄도 모르고 도라지 강도를 사살한 후 친형인 사실을 알게돼 오열하며 절규한다. 그리고 암이란 사형선고를 받게된 노모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큰아들을 찾으며 누군가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달라고 외치며 연극은 끝난다. 그런데도 민족의 분단과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도라지 강도를 연출하면서 어떻게 하면 분단의 원인과 한과 교포사회의 불합리한 현실들과 배타적이고 분열적인 실상을 잘 파헤치고 생생하게 무대에 재연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며 심혈을 다 기울였다. 공연까지의 험로는 첫 공연 때보다는 수월한 편이었지만 각박한 이민사회 현실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 가시밭길이었다. 미·소 양국이 그어놓은 분단의 한을 부각시키기 위해 작품에 없는 상징적인 장면까지 만들었다. 연극은 성황리에 무사히 끝났고 관객과 언론의 찬사도 넘쳤다. 하지만 연출자인 나는 아쉬움과 후회가 넘쳤다. 그 때문에 연극을 계속하게 되고 보다더 좋은 연극을 하기 위해 발악을 하게 되는것 같다. 출연한 연기자들과 스탭들 및 공동 주최한 코리언저널과 격려해주고 후원해 준 관객들과 한인 여러분들께 큰 감사를 드리며 내 인생의 자리로 돌아가 잠시 쉬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