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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돌산지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1-10-06 09:33:11

수필, 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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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별의 먼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얼굴로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을 안다

 

몇 세기가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

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 퍼지고 있기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만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나는 석기시대 여자다. 문명의 이기도 싫어하고 컴퓨터도 알러지이다. 돌을 좋아해서 별명마저 ‘석순’이다. 돌산 그림자 드리운 석산동(스톤 마운틴) 돌 사랑에 빠진 나는 맑은 물, 솔 바람 소리에 잠이 깨어 돌산에서 울려퍼진 아침 종소리에 잠이 깬다. 하얀 여인의 치마폭 같은 안개 속을 부스스 몸을 드러낸 돌산은 수묵화 한 폭이다. 40년을 넘게 돌산 그림자 드리운 동네에서 솔바람에 마음 씻어내며 살았다.

이민의 삶이 나를 팽개친 때도 돌산은 나를 보듬고 달래며 내 눈물을 씻어주었다.

‘명산은 명인을 낳는다’ 말처럼 어느 행성에서 찾아 왔나… 때론 선승처럼, 억겁의 세월을 침묵의 성자처럼 나를 키웠다. 하늘이 내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나는 보다 정직해지고 싶고 선해지고 싶다. 돌산 흐르는 맑은 물에 내 마음 담그고, 내 아버지의 기침 소리, 목화 타시던 내 어머니를 만난다.

‘타라의 땅’애틀랜타 흙을 손에 쥐고’ ‘Never, never hungry again’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 오하라의 눈물겨운 절규, 남북 전쟁의 아픔의 눈물이 흐른다. 어쩌다 만난 ‘돌산’과의 만남은 내 삶을 고즈넉이 관조하며 살수 있는 ‘명산이요, 명인’이다. 이민의 삶 속에서 길이 보이지 않는 날, 돌산 아래 무심코 앉아 있다. 내 무너진 가슴을 어찌 꿰뚫어 보았는지 ‘힘들었구나’ 침묵의 성자처럼, 내 속뜻을 알아본다.

돌산 아래 앉아 소리 없이 울었던 날들이, 갈 비가 촉촉히 내리면 시집 한 권을 들고 두런두런 읽다 보면  내안에 나를 주재하는 이가 있구나. 나를 다스리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물속에는/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하늘에는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내 안에 있는 이여/내 안에 나를 흔드는 이여/물처럼 하늘처럼/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인 류시화)

어느 행성에서 지구 별에 찾아왔나- 돌 하나가 시요, 노래요, 인간이 만든 역사가 숨쉰다.

호숫가 언덕에 740개의 파이프 오르간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홀, 40년 간 오르간 연주하신 ‘푸로랜스, 메이블’은 돌산에 숨겨진 오랜 나의 친구다. 나는 그녀에게 우리 애국가 악보도 주고 ‘봄이 오면’ ‘고향 그리워 우리 나라 애창곡을 수없이 드렸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공원측에서 연주를 그만두라는 연락을 받았노라 하시며 말문을 흐리셨다. 돌산에 새겨진 남북 전쟁의 장군들이 모두 백인들이라며 데모를 하는 사람들, 죄없는 돌산이 겪어야 하는 인간들이 만든 흔적이 내 마음 아프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보고 느끼면 좋을 것을 지구별에서 살아 남을 그 돌산의 아픔이 크다.

‘명산은 명인을 낳는다’ 내 생애 그 누구를 만남보다 내 영혼을 보듬고 갈  ‘스승은 돌산이’었다.

내 영혼이 목마른 날 까만 먹물로 내 마음 씻어낸 수묵화 한 폭, 돌산이 내게 안겨준 영혼의 선물이었다. 여인의 치마폭 같은 새벽을 벗고 다시 깨어난 생명, 삭발한 선승처럼 단순하고 맑음, 산중의 도량 그 자체다. 호숫가 찻집에서 후배 시인들과 감자랑, 옥수수, 보리 빵을 먹으며 시를 읽고 나누던 시절, 묵언의 침묵 돌산이 안겨준 행복이었다.

‘나는 왜 하필 여기에 왔을까’ 가끔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은하계만 해도 5000억개의 별들이 산다는 별들 중에 하나인가. 나는 과연 누구이며, 내가 여기서 무얼하며 있는가.

사람으로 태어나 시와 노래를 즐기며 사는 이름 없는 촌부임을 감사한다.

영원이 끝나지 않을 나의 독백도 태초에 무에서 왔다면 무수한 무의 빛과 에너지 속으로 별들의 노래 속으로 사라진다 해도 나는 지금 지구별 여행자이다.

누군가 지어준 ‘돌산지기’ 바람이 흔들고 간 수면 위를 보석 같은 은회색 물결이 아침 햇살에 빛난다.

 

 

밤새워 뒤척이는 나의 시는

아침 햇살에 흔적 없는 안개인가

바람이 스쳐 간 그 자리

허무한 갈망으로 목이 마른다

길에서 길을 잃고

빈 배낭 하나 지고

거리를 헤맨다

'인생은 단순한 행복입니다' 그 말 한마디

왜 그리 힘들고 길은 먼 것인가

타는 저녁 노을

불속에 서성이는 

영혼 하나

'나는 누구인가'

그걸 모르네.                 

<작품 ''나의 시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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