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뉴스칼럼] 미물의 권력

지역뉴스 | 사설 | 2020-09-11 10:10:32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팬데믹 시대에 조용히 일고 있는 붐이 하나 있다. 바로 낚시다. 캘리포니아 주 수렵국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발행한 낚시 라이센스가 100만장을 넘었다. 지난해 1년간 발행했던 숫자 보다 더 많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년에 이틀 라이센스 없이 낚시를 할 수 있다. 독립기념일과 노동절인데, 이번 노동절 연휴에는 이틀 앞당겨 지난 주 토요일인 5일 라이센스 없는 낚시가 가능했다. 그 외의 날은 하루 16.46달러, 연간은 51.02달러를 내고 라이센스를 사야 한다.

주 수렵국의 말대로 낚시는 요즘 같은 때 가장 안전한 레크레이션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몸과 정신이 함께 어려울 때 고기가 잘 무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호젓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마음도 잘 다스려 질 것 같다. 낚시는 물고기와 함께 세월을 낚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의 강이나 호수에서는 주로 연어, 송어, 배스라 불리는 농어 등이 잡힌다. 계절적으로 연어는 아직 좀 빠르다.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숫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북가주의 레이크 샤스타나 새크라멘토 리버 등이 민물 낚시의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스턴 시에라나 남가주 등 어느 곳에서나 무지개 송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 송어가 지난 달에 무더기 살처분 됐다는 소식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박테리아 감염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송어에게 덮친 박테리아는 사슬과 같은 형태인 연쇄상구균의 일종인 락토코쿠스. 여기에 감염되면 물고기의 눈이 튀어 나오고 활기를 잃을 뿐 아니라 곧 바로 헤엄을 치지도 못한다.

이 박테리아는 송어와 메기 등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 가축과 닭등 가금류도 감염시킨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는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날 생선이나 저온 살균을 하지 않은 유제품을 섭취했다가 감염된 사례도 있다.

송어의 락토코쿠스 균 감염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LA 북쪽 빅토빌의 한 양어장에서 였다. 이로 인해 양식 중이던 송어 60만 마리가 떼 죽음을 당했다. 박테리아는 인근 3개 송어 양어장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말부터 4주간에 걸쳐 320만 마리의 송어가 살처분됐다.

캘리포니아는 송어를 양식해 이스턴 시에라 등 산속의 호수와 강 등에 주기적으로 방류하고 있다. 낚시대를 던지면 무지개 송어가 잘 낚여 올라오는 것은 이같은 인공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수 천만 마리의 송어가 오웬스 밸리 등 각처의 양어장에서 양식되고 있다. 물고기에게는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더기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오레곤과 워싱턴 주 경계를 흐르는 콜롬비아 강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유형으로 조사됐다. 조류에 의해 남가주로 옮겨졌을 것으로 짐작할 뿐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죽어 나갈 때 송어는 박테리아 때문에 떼죽음을 당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의 권력이 막강함을 실감한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