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에 조용히 일고 있는 붐이 하나 있다. 바로 낚시다. 캘리포니아 주 수렵국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발행한 낚시 라이센스가 100만장을 넘었다. 지난해 1년간 발행했던 숫자 보다 더 많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일년에 이틀 라이센스 없이 낚시를 할 수 있다. 독립기념일과 노동절인데, 이번 노동절 연휴에는 이틀 앞당겨 지난 주 토요일인 5일 라이센스 없는 낚시가 가능했다. 그 외의 날은 하루 16.46달러, 연간은 51.02달러를 내고 라이센스를 사야 한다.
주 수렵국의 말대로 낚시는 요즘 같은 때 가장 안전한 레크레이션 중 하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몸과 정신이 함께 어려울 때 고기가 잘 무는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호젓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으면 마음도 잘 다스려 질 것 같다. 낚시는 물고기와 함께 세월을 낚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의 강이나 호수에서는 주로 연어, 송어, 배스라 불리는 농어 등이 잡힌다. 계절적으로 연어는 아직 좀 빠르다.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숫자가 많지 않다고 한다. 북가주의 레이크 샤스타나 새크라멘토 리버 등이 민물 낚시의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스턴 시에라나 남가주 등 어느 곳에서나 무지개 송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 송어가 지난 달에 무더기 살처분 됐다는 소식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박테리아 감염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의 송어에게 덮친 박테리아는 사슬과 같은 형태인 연쇄상구균의 일종인 락토코쿠스. 여기에 감염되면 물고기의 눈이 튀어 나오고 활기를 잃을 뿐 아니라 곧 바로 헤엄을 치지도 못한다.
이 박테리아는 송어와 메기 등 민물고기와 바다물고기, 가축과 닭등 가금류도 감염시킨다.
일반적으로 인간에게는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날 생선이나 저온 살균을 하지 않은 유제품을 섭취했다가 감염된 사례도 있다.
송어의 락토코쿠스 균 감염이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LA 북쪽 빅토빌의 한 양어장에서 였다. 이로 인해 양식 중이던 송어 60만 마리가 떼 죽음을 당했다. 박테리아는 인근 3개 송어 양어장에서 발견됐다. 지난 7월말부터 4주간에 걸쳐 320만 마리의 송어가 살처분됐다.
캘리포니아는 송어를 양식해 이스턴 시에라 등 산속의 호수와 강 등에 주기적으로 방류하고 있다. 낚시대를 던지면 무지개 송어가 잘 낚여 올라오는 것은 이같은 인공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를 위해 지금도 수 천만 마리의 송어가 오웬스 밸리 등 각처의 양어장에서 양식되고 있다. 물고기에게는 치명적인 박테리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무더기 살처분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는 오레곤과 워싱턴 주 경계를 흐르는 콜롬비아 강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유형으로 조사됐다. 조류에 의해 남가주로 옮겨졌을 것으로 짐작할 뿐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죽어 나갈 때 송어는 박테리아 때문에 떼죽음을 당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들의 권력이 막강함을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