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꿈을 꾸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여기에는 독창성이 필수다. 독창성이란 창조적 파괴행위다. 새로운 체제를 주장하려면 기존방식을 해체해야 한다. 독창성의 가장 큰 특성은 현상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결심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특성을 개발할 수 있을까. 그 출발점은 바로 ‘호기심’이다. 즉 호기심은 왜 애초에 현재 상태가 존재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 행위다.
2008년 어느 가을 저녁, 네 명의 학생이 한 산업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겠다며 작정하고 나섰다. 학자금 대출에 신음하던 당시 그들은 안경을 잃어버리거나 부러뜨린 처지였고, 안경을 새로 장만하려 했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가 치밀었다. 망가진 안경을 5년 동안이나 끼고 지내온 학생도 있었다. 그는 안경테를 페이퍼클립으로 고정시켜 쓰고 있었다. 그는 시력이 두 차례나 바뀌었는데도 새 안경 렌즈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버티고 있었다.
왜 안경값이 그렇게 비싼지 궁금증이 생기자 그들은 안경산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안경산업은 룩소티카라는 유럽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데 이 기업은 전년도에 7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경테와 관련해 아르마니, 버버리, 샤넬, 돌체 앤 가바나, DKNY, 마이클 코어스, 올리버 피플스, 오클리, 티파니, 발렌티노 등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모두 한 회사 소유다.
'에실로룩소티카'가 그 주인공으로 이밖에도 세계 최대 처방전용 렌즈 브랜드인 에실로와 안경 보험인 아이메드 비전케어 또 렌즈 크래프터스, 펄 비전, 시어스 옵티컬, 선글라스 헛 등 수직 계열화를 완성, 사실상 안경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룩소티카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생산비용의 20배로 안경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당한 것이 아니었다.
안경 가격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려면 이 공룡을 쓰러뜨려야 한다고 학생들은 생각했다. 이 학생들은 연봉이 괜찮은 일자리를 내던지고 회사를 차렸다. 소설가 잭 케루악(1950년대 미국의 저항적인 청춘문화를 이끈 대표적인 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두 인물의 이름을 조합해 ‘와비파커’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 그들은 사회적 압력의 속박에서 벗어나 모험을 감행하는 두 인물에 영감을 받았다. 학생들은 두 인물의 저항정신에 심취했고, 그런 정신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문화에 주입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적중했다.
미국 안경 시장은 이탈리아 기업 ‘룩소티카’가 독점해 안경 값이 비정상적으로 높았지만, 와비파커가 온라인 유통 혁명을 통해 단돈 95달러로 안경을 구매할 수 있는 길을 열면서 미국 안경 시장의 판도가 뒤집혔다.
와비파커는 온라인 직접 판매로 유통단계를 줄여 안경 가격을 기존 5분의 1 수준인 95달러로 낮췄다. 디자인부터 제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단순화해 가격의 거품을 뺐다. 와비파커는 안경테를 직접 디자인해 라이선스 비용을 줄인 것은 물론 제조업체에서 안경을 직접 공급받고,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매장으로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또 직접 써볼 수 없다는 온라인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홈 트라이온’ 서비스를 도입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소비자가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최대 5개까지 고르면 집으로 택배가 배송된다. 소비자는 3~5일 동안 안경을 써보고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을 선택한다. 소비자는 5개의 안경 모두를 다시 와비파커로 반송하고, 2주 뒤 맞춤 제작된 안경을 택배로 받는다. 판매 과정에서 드는 택배비는 모두 와비파커가 부담한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뿔테의 경우 대부분의 명품 안경 브랜드가 사용하는 셀룰로스 아세테이트 같은 고급 소재를 사용하며, 150년 전통을 가진 이탈리아 가죽 회사와 협업을 통해 세련된 디자인과 고품질의 안경을 생산하고 있다. 와비파커 사람들은 안경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생각을 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안경을 적정한 가격에 쉽게 살 수 있게 만듦으로써 ‘오리지널’이 되었다. 오리지널은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기업가 (entrpneur)'란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와비파커의 창립자들은 불가능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세상을 변화시켰다. 결국 야구공이 펜스를 넘어가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방망이를 휘두르지 않으면 홈런을 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기존 안경업계의 터무니없는 폭리로부터 소비자들을 해방시켜준 오리지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