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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초록 향기 속에서 타샤를 그리며

지역뉴스 | | 2024-07-09 17: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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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정원에서 싱그러운 초록 향기에 취한다. 그렇다고 우리 집 정원이 넓고 그윽한, 온갖 꽃들과 새들이 노니는 그림 같은 풍경일거라 짐작하 는 분들에겐 실망을 줄 것 같다. 손바닥이라고 하기엔 좀 미안하고 옛날 시골 학교 교실만 하다면 어떨까.

어느 해 겨울, 네모난 잔디 둘레에 죽은 듯 서있는 나무 몇 그루가 궁금해서 봄을 기다렸다.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나무들이 연두색 물줄기를 드러내는 초여름의 문턱에서야 비로소 그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었다. 사랑받지 못해 초췌한 나무들. 우리 부부는 빈터에 연두색 단풍과 빨간 장미, 분홍장미와 도그우드를 심고, 여러 색의 수국도 곁들었다. 땅이 모자라 잔디 한가운데를 동그랗게 빈터로 만들고 빨간 사과, 초록 사과도 몇그루 심었다. 사과나무 아래의 팬지들은 저들끼리 방긋거리며 퍼졌다. 여러 해를 넘기며 나무들은 튼튼히 자리를 잡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한 가족이 되었다. 그들의 놀라운 성장에 마음을 뺏긴 우리는 망설이다가 잔디 한 귀퉁이를 또 갈아엎고 텃밭도 만들었다. 기특한 방울토마토와 푸성귀들이 텃밭의 주인이 되어 사랑을 나누어준다. 아침마다 얼마나 자랐나, 푸성귀들과 눈을 맞추는 작은 행복 때문에 비가 와도, 흐려도 괜스레 기웃대며 서성인다.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고 채소라는 건 누구나 알 테고, 오이는 채소가 아니고 과일 이라네~. 감자는 뿌리가 아니고 줄기라지? 바나나는 여러해살이풀? 정말 이상한 건, 양파는 채소가 아니고 백합의 일종이라는 것, 잡풀을 뽑으며 신기해 갸웃댄다.

풋풋함에 묻혀 문득 떠오르는 타샤의 정원. 아 그곳은 7월의 꽃들이 얼마나 풍성 할까? 숨막히게 아름답다는 ‘타샤의 정원’에 가보고 싶었다. 1915년 태어난 예쁜 타샤 할머니는 버몬트주의 시골에 집을 짓고 30만평이나 되는 단지에 아름다운 꽃동산을 가꾸며 혼자 살았다. 그녀는 동화 작가이며 화가다. 70여 년 동안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정원 가꾸기로 더 유명하다. 타샤 할머니는 긴 치마와 앞치마를 입고 틀어 올린 머리에 귀여운 스카프를 썼다. 마치 요정 같다. 18세기 영국식으로 꾸민 방대한 정원엔 일 년 내내 꽃이 피고 열매가 풍성해 차와 과자를 만들어 사람들과 나눈다. 대대로 내려오는 유서 깊은 도자기 그릇과 골통품 가구들을 잘 보관하고 있다. 나는 서재에 꽂힌 그녀의 책, ‘타샤의 정원’, ‘타샤의 크리스마스’, ‘타샤의 식탁’이라는 책을 아낀다. 꽃들을 피우며 크리스마스 장식과 유기농 음식들을 손수 만드는 예쁜 사진들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제의 사진일까 생각할만큼 신비롭다.

타샤의 7월을 더듬어 본다. 지천으로 핀 6월의 꽃들을 거친 정원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화려하다. 온갖 색의 장미와 데이지 꽃이 물결친다. 숲의 초입부터 층층이부채꽃과 노란색과 흰색 데이지가 끝없이 나부낀다. 파티 땐 데이지로 왕관을 만들어 손녀들의 머리위에 씌워주기도 한다. 양귀비, 제라늄, 팬지… 그녀는 테라스에 앉아 흐드러진 꽃들을 보다가 오솔길을 걷는다. 꽃 몇 송이를 꺾어 꽃병에 꽂는다. 사시사철 중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꽃과 동물들과 이야기하며 사랑을 나누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그녀의 정원은 누구나 구경하도록 개방되어 있다. 타샤는 말했다. “가드닝은 기쁨의 샘”이라고. 죠지 바나드 쇼도 이 말을 거든다. “정원 가꾸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일이다.”라고.

애석하게도 타샤는 2008년 92세에 세상을 마감했다. 그 후 한동안 자손들이 관광명소로 이어간다니 한번 가보려고 인터넷을 열었는데 얼마 못가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타샤 튜더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가꾸며 그 황홀한 아름다움을 보여준 삶을 어느 누가 따르랴. 꼭 한 번 가보리라고 동경해왔는데… 신기하게도 후손 중에 한인 며느리가 있어 시어머니에 대한 인터뷰 모습을 보았다. 넘쳐나던 꽃들과 각종 열매, 마음껏 뛰놀던 강아지들과 종일 노래하던 새들은 다 어찌 됐을꼬?

타샤의 정원을 빠져나와 나의 7월로 돌아온다. 한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나의 뜰. 작은 정원에도 온종일 착한 햇살이 머물고 이름 모를 새들이 놀다 간다. 색채 연구가 조영수 박사는 저서에 “맑고 깨끗한 초록의 힘은 평온과 젊음”이라고 적었다. 7월의 초록 향기 속에서 뽑아도 끝이 없는 잡초와 함께 봄꽃, 여름꽃, 가을꽃이 지나가고 겨울의 눈꽃이 피기까지 나의 정원은 “기쁨의 샘”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푸성귀들을 나눌 때의 흐뭇함, 파라솔 아래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즐거움. 냉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이 행복, 뒤늦게 향유하는 삶의 충만함.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라면 사양하겠다. 나는 이 자연과 벗하는 자유로움을 사랑하며 감사한다. 아,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 중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안문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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