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정숙성에 가속력까지
TV 등 전기기기 전원 공급도
럭서리·스포츠·패밀리카 장점
기아 미국판매법인(KA)이 지난 1월 25일과 26일 어바인과 샌디에고에서 본보 등 아시안 언론사를 대상으로 EV9 첫 공개 및 시승행사를 가졌다.
EV9은 EV6에 이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설계된 기아의 두 번째 전동화 모델이자 미국 시장의 첫 3열 대형 전기 SUV로 기아 전기차 라인업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이번 시승 행사는 25일 기아의 어바인 본사에서 샌디에고 호텔 델 코로나도까지 약 90마일, 26일 호텔 델 코로나도에서 엠 그로브 비치를 거쳐 어바인까지 약 140마일 등 이틀간 230마일을 운전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로컬 도로와 고속도로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EV9의 주행 성능, 실내 인테리어, 첨단 주행 보조 기능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제공된 모델은 최상위 GT-Line AWD 트림 모델.
EV9을 종합하자면 전기차가 제공하는 모든 장점과 함께 3열 SUV가 필요한 가족이나 대형 SUV를 선호하는 운전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전장과 전고, 전폭 등 외형 크기는 텔루라이드와 비슷했지만 기아 관계자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길이)가 텔루라이드보다 7.8인치나 길어 더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타보니 생각보다 넓은 실내공간에 놀랐다. 대다수 대형 SUV의 3열 좌석이 옵션이거나 사실상 어린이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색용’이지만 EV9의 3열 좌석은 성인 남자 2명이 탑승하기에 충분히 넓고 편안했다.
시동을 키고 운전을 시작하자 전기차만이 제공하는 탁월한 주행 가속도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다. 379마력과 516파운드 토크의 GT-Line EV9은 정지된 상태에서 60마일까지 가속하는데 불과 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반응성이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빠르다. 21인치 대형 타이어는 터닝할 때도 쏠림 없이 탁월한 주행을 보장한다. 박스 형태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공기 저항 계수는 0.28 수에 불과해 이 역시 스포츠카 수준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기능을 작동했다. SCC는 조건부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 기능을 제공한다. 고속도로 드라이빙 보조, 차선유지 보조 등 기아의 다양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세대 라이다 2대가 장착돼 교통 체증으로 앞차와 간격이 갑자기 줄어들 때도 차가 거리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감속하고 가속했다. 차선 중앙유지 및 차선변경까지 거의 반자율 주행을 제공한다.
기아의 다양한 운전자 보조 첨단 기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기판을 보지 않아도 자동차 운전석 앞 유리에 현재 속도, 제한 속도 등 다양한 정보를 투명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왼쪽과 오른쪽 방향지시등을 켜면 안전하게 차선을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디오 모니터 기능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경험한 ‘디지털 백미러’는 압권이었다. 뒷 카메라를 통해 투시되는 디지털 백미러는 일반 백미러보다 훨씬 밝고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일반 백미러는 어두운 밤이나 뒷좌석에 승객이나 짐이 있으면 시야가 막히지만 디지털 백미러는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12.3인치 넓은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708와트·14개 스피커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은 승객 모두에게 다양한 오디오와 비디오 경험을 제공한다. 3열 좌석 탑승자 모두에게 총 6개의 URB-C 고속 충전이 제공된다.
EV9은 V2L(차량 외부로 일반 전원을 공급하는 기능)이 탑재돼 충전구에 커넥터를 꽂고 다양한 전자기기를 연결해 활용할 수 있다. 캠핑을 할 때 TV와 랩톱 등 가전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내연기관차가 제공하지 않는 또 다른 ‘혜택’이다.
EV9 GT-Line 모델은 연방 환경청(EPA)으로부터 한 번 충전에 270마일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트림에 따라 최대 304마일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는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 거리 270마일을 추가 충전 없이 갈 수 있는 사양이다. 또한 고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80%까지 25분 만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특히 최상위 GT Line 트림은 운전자 좌석에 마사지 기능까지 있어 충전을 하면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는 색다른 경험도 했다.
<샌디에고=글·사진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