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기내식’ 논란된 GGK 연방법원 가주 지법에 제기
아시아나항공이 미국에서 무려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기내식 정산금 지급 소송을 당했다. 이번 소송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수년간 끌어온 기내식 관련 법적 소송으로 국내외에서 거액을 물어줘야 할 부담에 처하게 된 것이어서 항공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30년 기내식 공급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게이트고메코리아(이하 GGK)는 싱가포르 국제상업회의소(ICC)의 중재 결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밀린 기내식 정산금과 이자 및 중재절차 비용 등을 포함해 총 5,074만7,170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장을 지난 15일 연방법원 캘리포니아 센트럴 지법에 접수했다.
앞서 GGK는 지난 2019년 기내식 판매 단가 산정에 대한 이견으로 아시아나가 정산금을 주지 않는다며 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ICC는 2021년 2월 아시아나에 324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아시아나는 중재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즉각 취소 소송을 냈으나, 같은 해 4월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같은 결과를 받았다. 오히려 기내식 대금산정 기간이 14개월에서 25개월로 변경돼 배상금이 42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한국에서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서울 남부지법이 GGK가 ICC에 제기한 중재 사건의 최종판정에 따라 청구한 정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는데, 이와는 별도로 GGK 측은 미국 연방법원에도 이 정산금 지급을 강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GGK는 한때 ‘불량 기내식’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아시아나항공에 문제의 기내식을 만들어 제공한 당사자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에서의 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ICC 판정은 각국의 국내 법원을 통해 그 집행을 지연하는 경우는 있지만,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식을 둘러싼 아시아나항공의 문제는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시아나는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였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와 계약을 종료하고, 중국 하이난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스위스의 기내식 공급업체 게이트고메와 합작으로 GGK를 세워, 이 회사에 2018년부터 30년간 기내식 독점 거래권을 줬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는 대가였다. 기내식 업체가 GGK 한 곳뿐인 상황에서 정식 납품을 앞두고 생산 공장 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임시로 위탁 생산을 맡은 하청 업체 대표는 물량 압박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일로 2018년 아시아나 항공편에 기내식이 대거 공급되지 않는 ‘노 밀 대란’이 벌어졌고, 이후에도 아시아나 기내식과 관련해서 유통기한이 지난 버터로 빵을 만든 사실이 적발돼 ‘불량 기내식’ 논란이 됐었다.
아시아나도 GGK와의 결별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2022년 1월 GGK를 상대로 ‘30년 기내식 공급 계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민사 소송에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박삼구 전 회장과 당시 경영진, GGK 등에 대한 기내식 사업권 저가 매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30년 족쇄 풀기’ 작업에 나선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은 GGK 이전 기내식 납품업체였던 LSG와 벌인 기내식 대금 지급 청구 소송에 대해 항소를 취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심 판결에 따라 182억여원을 LSG에 지급하게 됐다. 2003년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맺고 기내식을 공급해오던 LSG는 아시아나가 GGK로 사업자를 변경하자 부당 계약 해지라며 2018년 5월 소송을 제기했다.
<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