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대구 반월당역서 발견돼 이듬해 미국으로 입양된 크리스틴 패널 씨
부모 찾아 2020년 한국행 "부모님 원망 안 해…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1971년 11월 13일 대구 반월당역에서 발견된 크리스틴 패널(54)씨는 이듬해 미국 코네티컷주로 입양됐다.
교사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의 딸이 된 패널씨는 양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5명의 형제자매와 함께 자랐다. 이제는 두 딸과 두 아들의 엄마가 된 그는 친부모를 찾기 위해 2020년부터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8월부터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카페를 열고 운영 중이다.
최근 등촌동 카페에서 만난 패널씨는 "생물학적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던 감정은 단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며 "내가 나이 들수록 부모님을 찾기 힘들어질 것 같아 한국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25살이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친부모를 찾기 시작했다는 그는 2018년 구글 어스로 친부모를 찾는 입양아 이야기를 그린 영화 '라이언'(Lion)을 보고 페이스북 내 미국 입양 한인 그룹에서 '325캄라'(325Kamra)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325캄라는 미국 입양아들에게 무료 유전자 검사 키트를 제공해 생물학적 가족을 찾는 것을 돕는 비영리단체다.
패널씨는 아직 친부모는 찾지 못했지만 이 단체를 통해 벨기에로 입양된 친언니를 찾았다.
처음으로 '진짜 가족'을 찾았다는 생각에 한동안은 매달 벨기에로 가 언니를 만났다는 그는 "언니도 나도 굉장히 좋은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웃음도 많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어머니도 좋은 마음씨를 가진 분일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질병이나 돈 때문에 그랬겠죠. 언젠가 우리를 찾으려고 했을 거예요."
패널씨는 지금까지 친부모가 자신을 찾지 않은 이유는 '아이를 포기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나와 언니는 부모님께 절대 화나지 않았다. 그때는 삶이 더 힘들었던 만큼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패널씨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친부모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일한 정보는 1971년 11월 13일 대구 반월당역에서 발견됐다는 것과 정부에서 준 '최미순'이라는 이름뿐이다. 그는 자신이 왼손잡이이고 손에 화상 흉터가 남아 있다고도 했다.
"한국 경찰서에 DNA를 등록하고 대구도 자주 오가고 있어요. 아직 서툴긴 하지만 친부모를 만나게 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미국에서부터 한국어 공부도 꾸준히 해왔고요."
가족 모두를 미국에 두고 홀로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한국어도 너무 어렵고 아이들도 그립다. 가끔 너무 외로울 때도 있지만 부모님을 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만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냥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 꼭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이 저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가슴에는 부모님만 느낄 수 있는 구멍이 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놓고 한국까지 왔으니 꼭 당신들을 찾고 싶습니다. 제 미래의 한 부분이 되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