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이긴 오하이오서 낙태권 보장안 주민투표 통과
최근 바이든-트럼프 재대결 상정 여론조사에서 밀리며 내년 대선 전망에 적신호가 켜진 민주당이 ‘낙태’ 문제가 쟁점이었던 주민투표와 주의회 선거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두며 모처럼 쾌재를 불렀다.
최근 두 차례 미국 대선에서 보수 공화당 후보가 이겼던 오하이오주에서 낙태 권리를 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이 지난 7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통과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주민투표는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임신 6개월까지 낙태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낙태권 존폐에 관한 결정 권한을 주로 넘긴 이후 각 주별로 벌어지고 있는 낙태 관련 ‘입법 전쟁’의 일부였다. 오하이오주는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낙태권 보장을 결정한 7번째 주로 기록됐다.
오하이오는 전통적인 ‘경합주’이나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 각각 8% 포인트 차이로 앞섰던 곳이다.
낙태 문제가 선거의 주된 쟁점 중 하나였던 같은 날 버지니아주 상·하원 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양원 모두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다.
버지니아주 주의회는 이번 선거 전 상원(총 40석)의 경우 민주당 22석-공화당 18석, 하원(총 100석)의 경우 공화당 51석-민주당 46석이었는데, 이번에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면서 하원 다수당 자리까지 차지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낙태 규제 강화를 포함한 보수주의 의제를 관철하려던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의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온 영킨 지사는 이번 선거를 거쳐 공화당이 주의회 양원을 장악할 경우 낙태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임신 약 26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 주 법률을 개정해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거나 의료적 응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면 임신 15주까지만 낙태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것이 영킨 지사의 구상이었다.
이와 함께 공석이었던 펜실베니아주 대법관 한 자리를 채우는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낙태권 수호자’를 자처해온 댄 맥커패리가 당선됐다.
낙태 합법화를 지지(pro-choice)하는 민주당은 낙태 합법화에 반대(pro-life)하는 노선인 공화당과의 직간접 대결이었던 버지니아주 의회 선거와 오하이오주 주민투표 등에서 원했던 최상의 결과를 얻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작년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 등 선출)에 이어 내년 대선에서도 낙태 문제가 민주당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이슈가 될 수 있음이 어느 정도 입증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이번 결과를 크게 반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오하이오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미국인들은 다시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하는 데 투표했고, 민주주의는 승리했다”며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오하이오 주민들과 전국의 유권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이 뽑은 인사들에 의한 낙태 금지 입법 시도를 거부한 것이라며, 이번 결과를 내년 대선에서 재대결 가능성이 커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연결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