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팀 "뉴런 퇴화 전 시냅스 장애 발생 확인…새로운 치료 전략 가능"
도파민을 합성, 분비하는 도파민 작동성 신경세포(뉴런) 퇴화가 파킨슨병의 시작이라는 통념과 달리 이보다 일찍 진행되는 뉴런 시냅스(신경접합부) 기능 장애가 파킨슨병의 출발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디미트리 크라인크 교수팀은 16일 과학저널 '뉴런'(Neuron)에서 신경세포가 죽기 전 도파민성 시냅스가 기능 장애를 일으키고 이 장애가 도파민 결핍으로 이어져 파킨슨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크라인크 교수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뉴런이 퇴화하기 전에 기능 장애 시냅스를 표적으로 삼는 게 더 나은 파킨슨병 치료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발 등이 떨리고 몸이 경직되며 움직임이 느려지는 파킨슨병은 전체 인구의 1~2%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중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소실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재활용하거나 제거하는 '미토파지'(mitophagy) 과정에 관여하는 '파킨'(Parkin)과 '핑크1'(PINK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발생한다.
기능 장애가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남아 있으면 세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데 PINK1이나 파킨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미토파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파킨슨병에 걸리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파킨슨병 환자의 중뇌 뉴런을 분석, 다양한 유전적 형태의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시냅스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PINK1 유전자 없이 태어난 자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파킨 유전자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매는 모두 PINK1이 없어 파킨슨병 위험이 높았지만, 한 명은 16세, 다른 한 명은 48세에 각각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차이는 16세에 진단받은 여성만 파킨 유전자가 부분 손실돼 있었다는 점이다.
크라인크 교수는 "파킨슨병이 발생하려면 파킨이 완전히 소실돼야 하기 때문에 부분 소실 자체로는 파킨슨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며 "추가 분석 결과 파킨 유전자가 시냅스 말단에서 미토콘드리아 재활용과 무관한 다른 경로로 도파민 방출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파킨 유전자가 부분 소실된 여성은 시냅스 말단의 도파민 방출에 문제가 생겨 똑같이 PINK1 유전자가 없는 자매보다 32년이나 먼저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환자 뉴런에서 파킨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이를 통해 도파민 뉴런의 퇴화를 예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라인크 교수는 "뉴런 퇴화 전에 기능 장애 시냅스를 표적으로 삼는 게 더 나은 파킨슨병 치료법이 될 수 있다"며 "새로 발견된 경로를 자극해 시냅스 기능 장애를 고치고 나아가 신경 퇴행을 예방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논문 출처 : Neuron, Pingping Song et al. , 'Parkinson's disease linked parkin mutation disrupts recycling of synaptic vesicles in human dopaminergic neurons'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