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소프트웨어 무용론 제기, 우회 절도 방법 인터넷 퍼져
중고차는 공지도 제대로 안돼…정부·소비자들 소송 이어져
도난 방지 업그레이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와 기아 절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 무용론과 함께 업그레이드를 받지 않은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문제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월스트릿저널(WSJ)은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들이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후에도 미 전역에서 계속 도난당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지난해 틱톡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브랜드 자동차를 훔치는 법을 알려주며 도둑질을 독려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양사는 지난 2월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나도록 아직 이러한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LA에 거주하는 기아 스포티지의 차주인 샤나야 디아스는 WSJ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다음인 지난 4월 차를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받은 차량이 어떻게 다시 도난을 당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그레이드 무용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범죄자들이 새로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우회해서 한국 브랜드 차량을 절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틱톡 등 소셜미디어 업체들과 협의해 도난 챌린지 영상과 게시물을 삭제하고 있으나 최근 차를 훔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포함된 영상이 등장했다.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모든 절도 가능성을 막기에는 부족했을 수 있는 것이다.
판매된 차량 숫자에 비해 업그레이드 제공 건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도난에 취약한 것으로 판정된 현대차와 기아의 자동차는 모두 800만 대에 이르지만 5월 초 현재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은 차량은 7% 정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의 업그레이드 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두 회사의 공식 딜러를 통해 판매되는 새차가 아닌 중고차의 경우 새로 산 차주가 도난 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전달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모 도난 사건에 대한 현대차와 기아의 실망스러운 대처에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차주도 늘어나고 있다. 오클랜드에 사는 카라 에반스는 WSJ와 인터뷰에서 투싼 자동차를 도난 당한 후 현대차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일본 자동차를 새로 구입해 몰고다니고 있다. 특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차량 부품 공급망 탓에 도난 당한 차를 찾더라도 수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새로운 차를 구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도난 사건이 발화시킨 현대차와 기아를 대상으로 한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중순 차량 도난에 관한 집단소송에서 피해자들과 약 2억달러에 합의한바 있다. 하지만 도난 차량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별개로 보험사·지방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사안들은 남아 있다.
각종 언론에 따르면 전국의 60곳이 넘는 보험사들이 현대차·기아의 차량 설계 미비 탓에 막대한 금액의 피해 보상에 직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세인트루이스, 밀워키, 시애틀 등 주요 도시 8곳도 차량 도난 사건과 관련해 두 회사에 소송을 계획 중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