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 최초 아카데미 작곡상…'마지막 황제', '마지막 사랑', '리틀 부다' 음악 작곡
탈원전·평화 문제 등 사회 운동에도 적극 참여…BTS 슈가도 SNS에 추모 메시지
영화 '마지막 황제' 등의 음악을 작곡한 일본의 유명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달 28일 별세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향년 71세.
별세 소식이 알려진 뒤 국내에서도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사카모토는 1978년 데뷔한 3인조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선구적인 전자음악과 일렉트로 힙합에서 록 음악, 오페라를 비롯한 클래식까지 경계를 확장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음악가로 평가받았다.
사카모토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를 계기로 영화음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마지막 황제'(1986)로 1987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다.
'마지막 사랑'(1990)과 '리틀 붓다'(1993)로 골든글로브와 영국영화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영화음악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중인두암이라는 첫 번째 암 진단을 받았으나 복귀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로 골든글로브상, 그래미상 후보에 선정됐다.
2017년에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2018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 6월 직장암을 다시 선고받은 후 투병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지난해 12월 11일에는 직장암 투병의 고통을 승화한 온라인 피아노 독주회를 통해 전 세계 팬을 만나기도 했다.
사카모토는 당시 약 1시간 동안의 공연에서 '마지막 황제'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더 라스트 엠퍼러' (The Last Emperor)를 비롯해 영화 '리틀 붓다'의 OST, '랙 오브 러브'(Lack of Love), '아쿠아'(Aqua) 등 13곡을 연주했다.
이 공연은 지난 2020년 암 선고 이후 치료를 받는 사카모토의 건강을 고려해 미리 녹화된 연주 영상을 편집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공연은 한국을 포함해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20여 개 국가로 송출됐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71세 생일인 올해 1월 17일에는 6년 만에 새 앨범 '12'를 발표했다.
이 앨범은 투병 중 만든 음악 스케치 가운데 12곡을 골라 정리한 작품집이다.
앨범 아트워크는 사카모토와 친분이 있는 그림 '점으로부터'로 유명한 이우환 화백이 그린 드로잉을 사용했다.
고인은 생전에 음악뿐 아니라 환경, 평화 문제 등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로도 유명했다.
지난달 별세한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사회 운동에 참여했다.
또 삼림 보전단체 '모어 트리즈'(more trees)와 일본 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도호쿠 유스 오케스트라'를 설립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는 이날 사카모토의 별세 소식에 자신의 SNS에 "선생님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추모의 메시지를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