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5만달러 이상 87%↑, 주택가격 상승 매입 부담
전문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소위 10만달러가 넘는 ‘여섯 자리’ 연봉을 받는 고소득 직장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임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LA를 비롯해 남가주 주택 가격이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오른 것이 김씨가 주택 구입을 하지 못한 주된 이유다. 김씨는 “남들이 고소득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다운페이할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인 여성 직장인 이모씨도 고액 연봉자이지만 임대 아파트 생활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주택 구입에 저축한 돈을 모두 투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주택 가격이 너무 부풀려진 것 같다”면서 “지금 집을 사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 집 사는 것을 유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 15만달러가 넘는 고소득에도 불구하고 집을 사지 않고 임대 아파트를 선호하는 고소득자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고소득층의 임대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높은 금리에 주택 매물마저 부족해진 탓이다.
고소득층 임대 수요 급증이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주택 건설보다는 임대 아파트로 리모델링이나 임대 아파트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어 침체된 주택 판매 시장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주택 구입을 미루면서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위 ‘월세살이’를 선택하는 15만달러 이상을 버는 고액 연봉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 인구통계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연소득이 15만달러가 넘는 고소득 가구 중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하는 소위 고소득 세입자 가구는 2016년에서 2021년까지 5년 동안 300만 가구가 늘면서 87%나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입자 가구의 연소득은 매년 늘어나 지난 2021년에는 전체 세입 가구 4,400만 가구의 중간 소득값이 7만1,000달러를 기록할 정도다.
15만달러 이상을 버는 세입 가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텍사스주 오스틴으로 지난 5년간 무려 154%나 상승했다.
1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층의 임대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은 고금리 여파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매물 부족으로 구매할 수 있는 주택이 턱없이 모자란 현실 때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높은 모기지 금리에 주택 매물 부족으로 급등한 주택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하자 고소득층 상당수가 주택 구입을 포기했다. 구입 자금을 확보하고 있더라도 매물 부족으로 원하는 주택을 찾지 못해 주택 구입을 유보하면서 임대를 선택하는 고소득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고소득층의 임대 수요 급증에 렌트비까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자 부동산 업계는 임대 수요 특수를 잡기 위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대형 부동산 투자업체들은 고소득 임대 수요를 겨냥해 아파트 임대 건물 건설을 위해 도시 내 주택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임대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내부 편의 시설을 고급화하며 고소득 임대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으며 주택 개발업체들은 판매용 주택 건설보다는 수요가 많은 임대용 주택 건설에 더 치중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