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할인창구 이용액 급증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상황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은행의 불안이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도 경기 부양을 위해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연준은 지난 한 주 동안 비상대출 시스템인 ‘할인 창구(discount window)’를 통해 은행에 1,102억 달러를 공급했다고 23일 전했다. 전주의 1,529억 달러보다는 줄었지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가을의 전체 이용 금액(1,120억 달러)에 달하는 이례적인 수준이 2주 연속 이어졌다.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에서는 전주의 119억 달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537억 달러가 공급됐다. BTFP는 연준이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새로 마련한 은행 대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이다.
금융권의 자금 압박이 계속되면 기업과 가계에 대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이는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무디스는 “금융 여건이 빡빡해지고 성장이 느려지면서 여러 기업들이 신용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 큰 금융·경제적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신용 제공을 줄일 수도 있고, SVB처럼 어려움에 빠진 은행에 익스포저가 있는 민간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으며, 당국이 위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통상 금리에 반비례하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은 1.3% 오른 반면 경기에 민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스몰캡 600지수는 2.6%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엇갈린 주가 방향은 투자자들이 급격한 경기 둔화와 후폭풍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에도 시중금리는 하락했다. 미국의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전일 대비 13bp(1bp=0.01%포인트) 떨어진 3.846%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14일(3.7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연준이 곧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녹아 있는 셈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선 해리스는 “금융 불안으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포괄적 보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던 재닛 옐런 연방 재무장관은 이날 연방 하원에 출석해 수습을 시도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확실히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