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절도 방지에 실패…소프트웨어 지원·대체수단 제공해야"
미네소타주는 법 위반 여부 조사 착수…현대차·기아 "업그레이드 진행중"
미국의 23개 주 정부 법무장관들이 20일 현대차와 기아에 더 적극적인 차량 도난 방지 조치를 촉구했다.
위스콘신주와 일리노이주를 비롯한 22개주 및 워싱턴DC 등 23곳의 법무장관은 이날 현대차와 기아에 공식 서한을 보내 그동안 두 회사가 차량 도난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실행에 속도를 내라고 요구했다.
또 소프트웨어 지원이 불가능한 차량 소유자들에게는 이를 대체할 보호 수단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께부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승용차를 훔치는 범죄 놀이가 유행하면서 특히 현대차와 기아 차량 중 도난 방지 장치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차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키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동일한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한다. 절도범들은 이 기능이 없는 2021년 11월 이전 현대차·기아 차종을 골라 훔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2월 미 교통 당국에 도난 방치 대책을 보고했지만, 23개 주 법무부에서는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특히 미네소타주 법무장관은 현대차와 기아가 도난 방지 기술이 결여된 차량을 판매해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하고 공적 불법방해(public nuisance)를 저질렀는지 따지는 조사에 착수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키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법무장관은 "기아와 현대차의 차량 절도가 급격히 증가해 공공 안전을 위협하고 지역사회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고 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에 따르면 지난해 미네아폴리스에서 기아·현대차 차량 도난 건수는 전년보다 836% 증가했으며, 같은 차량이 여러 차례 도난당하는 일도 있었다. 또 도난된 차량이 폭력 범죄나 충돌사고에 연루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해 미네아폴리스에서만 5건의 살인사건과 36건의 강도, 265건의 자동차 사고에 관련됐다고 미네소타주는 전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월 14일 절도 피해 가능성이 있는 미국 내 차량 830만대에 대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인 모델은 2017∼2020년 미국 엘란트라와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등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법인은 현재까지 총 210만대가량의 차주 등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안내를 마쳤다고 밝혔다.
기아 미국법인은 차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이달 말까지 추가로 200만명 이상의 차주와 리스 이용자에게 연락할 예정"이라며 "우리는 차량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 및 지역의 법 집행기관과 협력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외에도 스티어링휠(핸들) 잠금장치 2만3천여개를 이미 미국 전역의 120여개 법 집행기관에 제공해 해당 차량 소유자에게 무료로 배포할 수 있게 했다"며 "주요 보험사들과는 고객들이 (차량 도난과 관련해) 포괄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