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콜 이어 문자 ‘홍수’에
FCC, 본격 규제·단속 나서
‘띵, 띵, 띵’ 한인타운에 직장을 둔 한인 김모씨는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의 문자 도착 알림음에 짜증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거의 대부분이 스팸 문자들이다. 주문하지도 않은 패키지가 분실됐으니 아래 링크를 눌러 확인하라는 문자에서부터 이용하지 않은 기업에서 단골 고객을 위한 리워드 포인트 당첨을 알리는 문자까지 다양한 사기 문자들이 김씨의 스마트폰에 들어오고 있다.
김씨는 “내 전화번호는 이미 공공재가 된 지 오래된 것 같다”며 “번호를 차단해도 끝도 없이 들어오는 스팸 문자는 이제 일상이 되어 버려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론 한인 김씨처럼 스팸 문자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기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연방정부가 스팸 문자의 전송을 원천 차단하는 것을 이동통신사의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 추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LA 타임스(LAT)에 따르면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불법 가능성이 높은’ 문자 메시지의 전송을 이동통신사가 원천 봉쇄하는 것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한 법안을 이날 발의했다.
FCC가 스팸 문자 전송의 원천 차단 의무를 이동통신사에게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데는 스팸 문자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기 범죄 피해도 늘어가는 현실 때문이다.
사기성 메시지와 스팸 전화 등을 차단하는 업체인 로보킬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에게 발송된 스팸 메시지는 모두 2,250억통에 달한다. 미국 내 스마트폰 소유자 1명당 지난해 700통의 스팸 문자를 받은 셈이다.
스팸 문자를 보내는 사기범들은 이메일보다 전화 문자를 좀 더 자세히 보는 스마트폰 사용자 습성을 악용해 회신 전화나 링크 접속을 유도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를 심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스팸 전화(일명 로보콜)가 이미 상당히 규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스팸 문자가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규제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FCC가 추진하려는 새 법안은 거금의 벌금을 부과하고 형사상 벌칙을 주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아예 스팸 문자의 전송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스팸 문자 발신을 금지하는 전화번호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발신 금지 목록에는 미사용 전화번호는 물론 북미지역이 아닌 지역의 전화번호까지 포함된다. 현재 사용 중인 전화번호라고 해도 스팸 문자 전송에 사용된 적이 있다면 발신 금지 목록에 추가된다.
새 법안은 단순히 발신 금지 목록 작성과 관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전송의 원천 차단 의무도 이동통신사의 몫으로 하고 있다.
만약 이동통신사들이 스팸 문자 금지 전화번호를 원천 차단하는 과정에서 일반 문자 메시지가 차단 당할 경우를 대비해 이동통신사들은 별도의 민원을 접수해 처리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다만 새 법안에는 이메일을 통한 스팸 문자 전송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FCC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은 공청회를 통한 법안 수정 절차를 남겨 두고 있어 입법이 되기까지 수 주가 걸릴 것으로 LAT는 전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