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건당국 "2021년 한해 임산부 1천205명 목숨 잃었다"
"흑인 임산부 사망률, 백인의 2.6배"
미국에서 임신 중 숨지거나 출산 직후 사망하는 여성의 수가 급증하면서 모성사망률이 5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NCHS)는 이날 2021년 한 해 미국에서 모두 1천205명의 임산부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직전 연도인 2020년 사망한 임산부(861명)보다 40.0%나 많은 수다. 2019년에는 모두 754명이 숨지는 데 그쳤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성사망률은 2019년 10만명당 20명, 2020년 10만명당 24명을 거쳐 2021년에는 10만명당 33명으로 치솟게 됐다. 이는 196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종별로는 흑인 임산부의 사망률이 유독 높게 나타났다.
흑인 임산부 사망률은 2021년 기준 10만명당 69.9명으로 백인의 2.6배에 이르렀다. 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약 14%인데 전체 임산부 사망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이보다 훨씬 크다고 CDC는 지적했다.
백인 중에서는 스페인계 임산부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국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 임산부의 사망률도 전년도의 갑절 수준이었다.
주된 사인으로는 폐색전증 등 심혈관계 문제와 과다출혈, 고혈압 합병증 등이 꼽혔으나, 2021년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한창이었던 것이 임산부 사망 급증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GAO)은 별개의 보고서에서 2021년 발생한 모성사망 사례 가운데 최소 400건에서 코로나19가 주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2021년 8월 CDC가 임신 혹은 수유 중인 여성에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기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확신이 부족했던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산부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흡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탓에 코로나19에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임산부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혀왔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미국은 선진국 중 최악의 모성사망률을 보여왔다.
매년 하락해 10만명당 10명 미만으로 떨어졌던 모성사망률이 2000년 전후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9년부터는 인구 10만명당 20명 선을 넘어선 것이다.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의 산모사망률은 2020년 기준으로 10만명당 10∼11명이다. WSJ은 다른 나라들에서 모성사망률이 내려가는 것과 달리 미국에선 2000∼2020년 사이 모성사망률이 무려 78%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에는 비만 증가와 심장 건강 악화가 일부 원인이 됐을 수 있다. CDC에 따르면 미국 성인 비만율은 42%에 이르며 거의 절반 가까이가 고혈압을 지니고 있다. 당뇨병 유병률은 11%이고, 당뇨 전단계인 경우도 38%에 이른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병원 산부인과의 나왈 누르 과장은 "가슴이 아프다. 바른 방향으로 추세를 되돌리려고 노력해 왔지만, 우리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조산도 크게 늘어났다. CDC는 2021년 전체 출산의 10.5%가 조산이었다면서 이는 2020년보다는 10.1%, 2019년보다는 10.2% 많은 수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