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고객들 뱅킹앱 이용
하루새 420억달러 뱅크런
은행들 새 시대 대비해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금 위기가 부상한지 이틀도 안 돼 초고속으로 파산한 배경엔 스마트폰으로 예금 인출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가능해진 시대상황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릿저널(WSJ)은 12일 ‘스마트폰 뱅크런으로 비운을 맞은 SVB’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은행의 주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한 현상에 주목했다.
기사에 소개된 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설립자 맥스 조는 지난 9일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모두 미친 듯이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모두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그는 “뱅크런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역시 동료들을 따라 SVB 뱅킹 앱에 로그인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 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여서 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예금주들은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420억달러를 인출하려 시도했다고 WSJ은 전했다.
1983년 문을 연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으로 우뚝 서기까지는 40여년이 걸렸지만,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WSJ은 짚었다. 파산 전날 SVB는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어쩔 수 없이 매각,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WSJ은 이처럼 금융위기 당시에는 고려할 요소가 아니었던 소셜미디어상의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발작적인 반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