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FRB 의장 매파발언 하루 만에 22.0원 껑충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RB·연준) 의장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으로 8일(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이 22원 급등하며 단숨에 1,300원대를 돌파하고 코스피가 1.3% 가까이 하락하는 등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2.0원 오른 달러당 1,32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상승 폭은 지난달 6일(23.4원) 이후 최대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4포인트(1.28%) 하락한 2,431.91로 장을 끝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최종 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언하는 등 매파적 기조를 강조하자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이는 원/달러 급등으로 이어졌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가치와 주가 역시 하락했다.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이날 105.883으로 최근 3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달러 환율과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이날 한때 각각 137.91엔, 6.9971위안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한국시간 오후 4시 15분 기준 달러 지수는 105.776을 나타냈다. 일본 엔화 환율은 1.69엔 오른 137.67엔, 중국 역외 위안화 환율은 0.0382위안 오른 6.9655위안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주와 내주 각각 미국 고용 지표와 소비자물가 발표가 예정돼 있어 통화정책 관련 우려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강달러 기조로 바뀌면서 미주 한인사회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원화를 달러로 바꿔 쓰는 미국 내 주재원·유학생 등의 한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킹달러’ 현상(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나홀로 강세)이 나타나면서 주재원과 유학생들은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LA에 거주하는 유학생 장모씨는 “1,400원까지 치솟된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져 한숨을 돌였는데 다시 1,300원대로 오르면서 식비와 교통비 등 저축할 수 있는 부분들을 다시 줄이고 있다”며 “한국 부모님도 이같은 널뛰기 환율에 큰 혼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주재원들도 원/달러 환율이 다시 강달러로 돌아서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하면서 긴장하고 있다. 그나마 대부분 한국 기업이 기본급은 한화로 주지만, 현지 거주비와 수당 등이 포함된 체재비는 미화로 지급하고 있어 주재원들은 상대적으로 유학생에 비해 타격이 적지만 그래도 강달러는 전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반면 강달러는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한인 여행업계는 전통적으로 여행이 다시 활기를 뛰는 봄철이 다가오고 환율까지 강달러 기조로 바뀌면서 모국 방문이 다시 활기를 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한인 여행사 관계자는 “평소보다 모국 방문과 항공권 문의 전화가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한인들에게 심리적으로 1,300원대는 본격적인 강달러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실질적인 여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여행사들은 경쟁적으로 모국 방문 상품을 출시하는 등 강달러를 모국 방문 매출을 늘리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