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10만5천여명, 피란민 220만명…시리아는 집계마저 불분명
WHO "구호 수요 갈수록 늘어…260만명에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
안타키아서 어머니·남매 등 3명 구조 비롯해 극적 생환 이어져
구호 활동 계기 외교 관계 개선도…에르도안 "우정 잊지 않을 것"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5일(현지시간) 4만1천 명을 넘어섰다. 구조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220만 명이 넘는 이재민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사고 열흘째에도 생존자들이 속속 구조되는 등 기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 튀르키예·시리아에 대한 각국의 지원은 갈등 관계였던 국가 간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고 있다.
◇ 시리아 내전 상황에 골든타임도 지나…실제 사망자 더 많을 듯
AP, dpa,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이 이날까지 집계한 사망자 수는 3만5천418명이다.
여기에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시리아 정부 통제지역 사망자 수가 1천414명이라고,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시리아 반군 지역 사망자 수가 4천40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합치면 전체 사망자 수는 4만1천 명이 넘는다.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 외에 부상자 수는 튀르키예에서만 10만5천505명이고, 1만3천명은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 지역에서 떠난 이들은 220만 명에 달하고, 이들 중 160만 명은 긴급 대피소에 머물고 있으며 나머지 60만 명은 다른 지역으로 피난했다.
튀르키예 도시계획부는 동남부 10개 지역 38만7천여 개 건물을 조사한 결과 5만576개 건물이 붕괴하거나 심각하게 손상됐으며, 이들은 안전 문제로 시급히 철거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초 지진 이후 여진은 3천858건에 달했으며, 이들 중 38건은 규모 5 이상이었다고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전했다.
◇ 구조 작업 마무리 단계…이재민 지원에 '초점'
유엔 구호 당국은 구조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제는 작업의 초점이 주거지와 음식, 교육 지원 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해 지역 이재민들에 대한 지원은 지진 직후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튀르키예 가지앤테프 지역의 이재민 하산 사이무아 씨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나도 텐트와 구호물품을 요청했으나 아직 아무것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스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 국장은 "구호 수요가 엄청나고 갈수록 늘고 있다"며 "약 260만 명이 인도주의적 지원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위와 위생, 보건과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취약 계층의 경우 전염병 전파의 위험이 더욱 크다"고 우려했다.
◇ 어머니와 남매 등 곳곳서 극적 구조 소식
이런 가운데 이날도 여성 1명과 어린이 2명이 지진 발생 약 228시간(9일 12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께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잔해 속에서 구조됐다.
이들 3명은 어머니와 자녀 남매로, 구조 직후 탈수 증상이 있었지만 대화도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덜란드 구조팀 RHWW도 안타키아에서 3명의 남성과 어린이 1명을 구조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앞서는 지진 발생 약 222시간 만인 이날 오전 10시께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의 건물 잔해에서 42세 여성이 구조됐다.
지진 발생 약 212시간 만인 이날 자정께는 동남부 아드야만에서 77세 여성 생존자가 구조됐다.
◇ 튀르키예-아르메니아, 시리아-사우디 등 '해빙 무드'
튀르키예·시리아와 갈등을 겪어온 주변 국가들이 구호 활동에 나서면서 외교 관계 개선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튀르키예와 아르메니아 외무장관은 이날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경 개방을 포함해 양국 관계를 완전히 회복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튀르키예와 외교 관계를 복원한 이스라엘은 튀르키예 직항편을 재개하는 등 양국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리아와 단교 상태였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최근 의약품 35t을 실은 항공기를 시리아 알레포에 보냈다. 사우디 항공기가 시리아에 착륙한 것은 시리아 내전 초기인 2012년 2월 이후 11년 만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튀르키예는 어려운 시기 여러분이 보여준 우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지진이 다시 한번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