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장, 4월17일 유해 봉환 계획 밝혀
뉴욕주 승인절차 거의 마무리… 추진 10년만에 성사
국가보훈처·총영사관·뉴욕한인교회 내일 회동
한국의 TV 인기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으로 잘 알려진 애국지사 황기환 선생의 유해가 마침내 해방된 조국의 땅으로 돌아가게 됐다.
일제 강점기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벌이다 지난 1923년 숨진 후 퀸즈 메스패스 소재 마운트올리벳 공동묘지에 묻힌 지 무려 100년 만이다.
한국 국가보훈처의 박민식 처장은 지난 27일 서울정부 청사에서 열린 ‘2023년 보훈처 연두 업무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올해는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 모델로 유명하신 황기환 지사의 유해를 서거 100년 만인 4월17일 고국으로 봉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총영사관도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황 지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기 위해 그동안 뉴욕주정부와 뉴욕주법원 등을 상대로 벌여온 승인 절차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조만간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한국 국가보훈처와 뉴욕총영사관, 뉴욕한인교회 관계자들은 1일 황 지사가 말년에 출석했던 맨하탄 뉴욕한인교회에서 회동을 갖고 황 지사 유해의 한국 송환을 위한 일정과 절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처는 황 지사의 묘를 처음 발견한 뉴욕한인교회의 요청을 받고 지난 2013년 뉴욕에 실사단을 파견, 황 지사의 유해를 대전직할시 현충원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바 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장교로 활약하며 무공훈장까지 받았던 황 지사의 유해 봉환을 위해서는 뉴욕주법원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뉴욕한인교회와 한국정부 간 이견으로 10년간 이렇다 할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왔다.
이 때문에 황기환 애국지사 기념사업회에서는 황 지사의 유해를 알링턴 미국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욕한인교회가 2019년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황 지사의 유해를 한국 현충원에 봉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뉴욕총영사관에 공식 의뢰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뉴욕총영사관은 당시 황 지사의 유해의 한국 송환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뉴욕주법원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 한 바 있다.
한편 1995년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황기환 선생의 독립활동 기록은 한국내 다수 남아있지만 사망 정보는 존재하지 않아 묘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0년 당시 뉴욕한인교회 담임목사였던 장철우 목사가 우연치 않게 옛 교회명부에서 교인이었던 황기환 선생의 사망기록을 보게 됐고, 실제로 공동묘지를 찾아 묘비를 발견했다.
교회명부에는 ‘황기환:서울에서 출생, 1923년 4월18일 사망, 장지 Grave No. 2484 in Plot Westlawn, Mount Olivet Cemetery’로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동묘지에 세워져 있는 묘비에는 한글로 ‘대한인 황긔환 지묘’ 라고 적혀있고, 아래쪽에 영문이름 ‘Earl K. Whang, Born in Korea, Died April 19, 1923’이라고 쓰여있다.<이지훈 기자>
■황기환 지사는 누구.
평안남도 순천에서 출생한 황 지사는 10대 후반이던 1904년 미국으로 온 후 1917년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과 동시에 입대, 유럽 전선에서 중상자를 구호하는 임무를 맡아 맹활약을 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본격적인 독립운동에 뛰어든 황기환 선생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파리에 설치한 주파리위원부에서 김규식 선생을 도와 파리강화회의에 독립청원서를 제출했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친한파 영국인사 62명을 규합시켜 대영제국한국친우회를 결성하는 등 런던주차위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1921년 워싱턴 태평양회의가 개최되자 미국으로 건너 온 황기환 선생은 이승만, 서재필 선생 등을 보좌하며 외교활동을 벌이다 1923년 뉴욕에서 지병인 심장병으로 가족 또는 지인도 없이 쓸쓸히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