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소사이어티 통해 유언장·사전 의료지시서 예년보다 수령 두배 늘어
60대 초반인 한인 박모씨는 지난해 지인이 지병과 코로나19이 겹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막 60대에 접어들어 아직 건강에 자신이 있었지만 자신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소망소사이어의 도움을 받아 유언서와 사전 의료지시서를 작성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적지 않은 한인들이 세상과 이별하면서 한인사회에서도 죽음을 준비하는 절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LA와 오렌지카운티를 중심으로 시신 기증과 유언서 작성 등 ‘웰다잉’ 준비를 돕는 한인 비영리단체 ‘소망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지난 한해 ‘사전 의료지시서’(Advance Health Care Directive)를 받아간 한인은 1,085명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535명)과 2019년(765명)에 비교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라고 소망소사이어티 측은 밝혔다.
사전 의료지시서는 뜻하지 않는 사고나 불치의 병으로 죽음에 임박할 경우 연명치료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이 참고할 수 있도록 작성자가 치료 결정을 미리 명시해 만드는 서류다.
수령자 수가 크게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열지 못했던 세미나와 포럼 등이 지난 2022년부터 정상화된 영향도 컸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한인들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소망소사이어티측은 풀이했다.
신혜원 사무총장은 “오프라인 세미나와 포럼 등의 개최 빈도가 2018년과 2019년과 비교해서는 별 차이가 없다”면서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주변에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 듣고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하는 한인들이 유독 늘었다”고 밝혔다.
사전 의료지시서 수령 후 실제 작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신 사무총장은 “원본은 자신이 갖고 사본을 가족이나 법적 대리인, 주치의 등에게 주기 때문에 실제 작성자 수를 정확하게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의료지시서 작성시 대부분 소망소사이어티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실제 작성자도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사전 의료지시서는 캘리포니아 주검찰 웹사이트 등 정부 웹사이트, 병원, 관련 비영리단체 등에서 받을 수 있다. 18세 이상으로 의료 결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누구나 작성이 가능하다. 반면 뇌 기능이 정지됐거나 의료 결정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한 환자를 대신해서 사전 의료지시서를 작성할 수는 없다. 의료지시서는 본인이 새롭게 수정하기 전까지 법적으로 계속 유효하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