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피봇 기대에 ‘킹달러’ 꺾여 1,230원대
추가 하락 예상 속 침체시 상황 급변할수도
연초 강달러가 꺾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출 것이라는‘피봇’ 기대감에 그동안 달러화에 짓눌렸던 원화가 글로벌 통화들과 함께 가치 상승 중인 것이다. 다만 향후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1,230원 터치, 1,100원 전망도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4원 내린 1,245.8원에 마감했다. 결과적으로 1,240원대에 장을 마쳤지만 장 중에는 1,239.8원까지 내리면 전날에 이어 7개월 만에 1,230원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인플레와의 전쟁을 선포한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지난해 10월25일 장중 1,444.2원까지 뛰었다.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최고치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말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방향을 확실히 틀었다. 지난해 11월 1,300원대로 내려앉은 원·달러 환율은 12월 1,200원대에 안착했다. 11월 105.5원 빠진 데 이어 지난달 54.3원이나 내려가는 등 두 달 간 160원 가량 하락한데다 연초에도 떨어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환율이 꺾인 것은 연준 피봇 기대감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해소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2월 초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연준이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리면서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화와 함께 주요국 통화들의 가치도 상승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103선 수준으로 지난해 고점 대비 약 10%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고 향후 1,100원대 중후반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는 원화 가치에 부정적
다만 변수는 있다. 향후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원화 가치가 다시 하락 반전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달러화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여겨 지기 때문에 경기가 둔화하면 수요가 늘어난다.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 고용 데이터가 나쁘게 나오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강달러 현상이 다시 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나 신용 리스크가 언제라도 다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이 이대로 쭉 하락하기엔 여건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환율에 민감한 한인 비즈니스들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3일부터 본격화되는 기업 실적 시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날 발표된 12월 CPI는 예측지와 같은 수준으로 나와 연준의 피봇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CPI 흐름은 계속 주목해서 봐야 한다.
반대의 경우 상황은 바뀐다. 또한 13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류 금융기관을 필두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는데 순익이 나쁘게 나올 경우 경기 침체 우려에 환율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