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국경도시 엘패소에 하루 평균 2천500명 유입
멕시코 국경 대피소에도 중남미 출신들 몰려 망명 신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된 불법 입국자 추방정책 종료를 앞두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로이터통신과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주 엘패소에는 지난 주말부터 매일 불법 입국자 수천 명이 몰리고 있다.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은 이들은 미국 관세국경보호국(CBP)과 국경 순찰대 요원들을 제 발로 찾아가 망명을 신청하고 체류 허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CBP는 최근 엘패소로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가 하루 평균 2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엘패소 당국은 이들 불법 입국자 중 수백 명이 시내 거리와 버스 정류장, 지역 공항 등에서 노숙을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최근 불법 입국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불법 입국자 추방을 허용한 '타이틀 42' 행정 명령이 이달 21일 끝나기 때문이다.
타이틀 42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정책으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건법 조항을 근거로 미국 육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불법 입국자를 멕시코로 즉시 추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달 타이틀 42가 행정절차법(APA)에 위배된다며 12월 21일부터 코로나19 추방 제도를 종료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타이틀 42 명령 때문에 멕시코로 쫓겨났던 불법 입국자들과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쿠바 등지에서 넘어온 새로운 이민 희망자들이 다시 국경을 넘는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엘패소와 인접한 멕시코의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의 대피소에도 미국 입국을 원하는 중남미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호세 루한은 15살 딸과 8살 아들을 데리고 지난 9월 말 과테말라를 떠나 멕시코에 도착했다면서 타이틀 42가 종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미국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우다드후아레스 당국은 미국 불법 입국자가 당초 예상보다 큰 규모로 늘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틀 42가 종료되면 불법 입국자들은 망명 허용 여부가 결정이 날 때까지 미국에서 체류할 수 있다.
다만, 텍사스주 등 불법 입국자 억제에 적극적인 주 정부는 별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항소 법원 판단에 따라 '타이틀 42' 정책이 부활하고 계속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