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인플레 고공 행진
올해 세계 경제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았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였지만 급격한 긴축은 내년 경기 침체를 촉발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연준이 올해 들어 처음 기준 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3월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됐던 장기간 저금리를 타파한 것으로 0.25% 인상을 단행했다. 이전 상황을 살펴보면 연준은 2015∼2018년 기준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렸고 직전 마지막 인상은 2018년 12월이었다. 그러다 팬데믹으로 2019년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내렸고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기 위해 줄곧 금리를 제로(0)에 가깝게 파격적으로 낮췄다.
처음 인상을 시작하자 이후 연준의 긴축 속도는 매우 빨라졌다. 특히 지난 6월을 시작으로 7월, 9월, 11월에는 4회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도 했다. 자이언트 스텝은 한 번에 기준 금리를 0.75% 포인트를 올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연준이 이렇게 빨리 금리를 올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올해 마지막 회의인 이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0.5% 포인트 인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연준이 올해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심각한 인플레이션 탓이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7.1%로 나왔다. 이는 10월 상승률(7.7%)은 물론 시장 전망치(7.3%)를 모두 하회하는 것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연준 입장에서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준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악수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연준은 내년에도 고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준이 데이터로 발표하는 최종 금리는 가장 최근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내년 말 5.00~5.25%로 아직 0.75% 포인트를 더 올려야 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악영향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금리를 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푼 돈을 회수하는 것으로 투자와 소비 등 모든 경제 활동을 축소시킨다.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자칫하면 경제를 둔화시키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대량 해고가 이어지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금리 인상의 영향과 양적 긴축 축적 그리고 채권시장의 유동성 유출은 2023년을 경기 침체의 해로 만들 것”이라며 “내년 경제 상황에 따라 연준이 금융완화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