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랑코 '벡사캣' 내년 1분기 중 미국서 사용 가능 전망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일 먹는 방식의 고양이 당뇨병 치료제 '벡사캣'(Bexacat)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물용 당뇨병 경구 치료제(먹는 방식의 약)가 승인된 첫 사례다.
FDA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물용 의약품 승인 현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벡사캣은 인슐린 치료의 전력(前歷)이 없는 고양이의 혈당 조절 개선에 쓰일 수 있다. 하루에 15mg짜리 알약 한 알을 먹이는 방식이다.
다만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제1형 당뇨병)을 앓는 고양이에겐 써서는 안 된다.
벡사캣의 포장에는 적절한 치료대상 선정이 필수적이라는 문구와 함께 케톤산증(ketoacidosis)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적혀 있다. 케톤산증은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 중 하나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벡사캣을 투여받는 모든 고양이는 이 약품의 안전성에 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FDA는 밝혔다.
임상시험 결과 벡사캣은 이를 투여받은 당뇨병 고양이의 80% 이상에서 치료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성분명이 '벡사글리플로진'(bexagliflozin)인 벡사캣은 동물 종에게 투여할 수 있도록 승인된 첫 SGLT2 억제제라고 FDA는 설명했다. SGLT2 억제제는 인간의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쓰이며, '글리플로진'(gliflozin) 또는 '플로진'(flozin)이라고도 불린다.
엘랑코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내년 1분기부터 미국 수의사들이 이 약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엘랑코에 따르면 미국에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고양이는 60만 마리로 추산되며, 지금까지는 치료가 까다로워 이 중 약 12만5천 마리는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는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인슐린 투여와 식이 조절을 결합하는 것이 전통적 치료 방식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갈증이 심해지고 소변량이 증가하며, 체중이 줄어드는 등 증상이 생긴다.
벡사캣을 개발한 엘랑코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본사를 둔 동물 의약품 업체다.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사업부로 1953년 출범했으며 1960년에 자회사로 분리됐고 2019년에는 일라이 릴리로부터 계열분리를 마치고 독립했다. '한국엘랑코동물약품㈜'를 한국지사로 두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