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졌다. 일교차가 심한 날이 이어지면서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독감 의심 환자는 1,000명당 7.1명으로 직전 주 4.9명 대비 44.9% 늘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16일 3년 만에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지난 주부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후 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져 예방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이 심할 뿐 아니라 폐렴 등 합병증 위험도 높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독감의 특성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 단순 감기와 달라
일반인 가운데 독감을 ‘독한 감기’로 여기는 이가 적지 않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리노바이러스ㆍ아데노바이러스 등 100여 가지의 바이러스가 감기의 원인이라면, 독감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기침ㆍ인후통ㆍ객담 등 호흡기 증상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인플루엔자는 갑작스러운 고열ㆍ전신 근육통ㆍ쇠약감 등 전신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독감의 경우 예방백신이 있지만 감기는 예방접종이 없는 것도 다르다.
최천웅 교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당시에는 모두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니는 데다 손을 자주 씻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개인 방역이 철저해 독감 환자가 적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마스크를 예전만큼 잘 쓰지 않는 등 방역 단계가 낮아진 점이 최근 독감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WHO, ‘4가 백신’ 권장… 9~11월 접종이 효과적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독감 환자가 거의 없었던 만큼 예방접종을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돼 독감 감염 가능성이 커져 예방접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ㆍBㆍCㆍD형 4가지로 나뉜다.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 종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장하는 4가 백신이다. ‘4가’는 주로 유행하는 A형 2종, B형 2종 등 총 4가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백신을 뜻한다.
65세 이상은 국가예방접종 사업 대상으로 포함돼 연말까지 지정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9~11월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독감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다.
◇폐렴 백신 함께 맞으면 효과 증대
독감은 감기보다 증상도 심하고 심한 합병증도 잘 생긴다.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가 손상되고, 그로 인해 세균 감염이 일어나 ‘세균성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당뇨병ㆍ심장병ㆍ기관지 천식ㆍ만성 기관지염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 △기저 질환이 없더라도 65세가 넘은 사람 면역력이 떨어지는 병이 있는 사람 △면역력 저하자나 관련 질환을 가진 사람과 자주 접촉하는 간병인과 가족 등에게는 매년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권고된다.
폐렴과 독감은 증상 뿐 아니라 감염 경로도 비슷하다. 폐렴은 독감의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므로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 실제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된 바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