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심리·재정적 학대 포함 아태계권리연합 보고서 발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여성이 평생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최소 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 등 친밀한 관계에서 학대를 당한 한인들이 베트남, 필리핀, 인도에 이어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4번째로 높았다.
아태계권리연합(AAPI Equity Alliance)이 진행한 ‘아태 커뮤니티 가정폭력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성적 학대나 심리적·정서적 학대, 재정적 통제를 통한 경제적 폭력 및 강압을 평생에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이 16~55%였다. 또, 가정폭력에 노출된 자녀들은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낼 위험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는 ‘성 평등과 공감 접근 방식으로 본 4개 아시안 커뮤니티의 가정폭력 예방: 가족 신앙과 행동변화를 위한 부모 및 청소년 서포트 그룹 활용’을 주제로 한인과 캄보디아, 중국, 남아시아계 4개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블루 쉴드 오프 캘리포니아가 후원한 프로젝트로 2020년 아태계권리연합이 발표한 보고서 ‘LA 5개 아시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의 관계 폭력: 세대 간 위험 및 강화 요인’에 이은 2차 연구조사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한인가정상담소(KFAM), 한미연합회(KAC), 한인타운청소년센터(KYCC) 등이 참여했다.
아태계권리연합은 지난 20일 보고서 공개에 앞서 ‘가정폭력이 LA카운티의 아시안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웨비나를 진행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폭력과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가정폭력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웨비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아태여성보호센터 데보라 서 소장은 “팬데믹 이후 가정폭력 건수가 증가했지만 오히려 아시안 피해자들의 신고 접수 건수는 줄어들었다”며 “가주 내 가정폭력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104개나 있는데 아시안 15% 중 3% 만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단체나 리소스를 알아두고 신고할 것을 강조했다. 아태성폭력연구소(API GBV)가 10년 전 통계를 기반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계가 22.4%로 친밀한 관계에서 학대 당하는 경우가 가장 높았고 이어 필리핀 21.8%, 인도 19.5%, 한국 19.6%, 일본 9.7%, 중국 9.7%로 나타났다.
아태계권리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LA카운티 한인들의 경우 교회, 가족, 언론, 이민자들의 경험이 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민 경험의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은 한국의 문화적 규범과 가족, 특히 아이들을 위한 기회를 내세워 인내를 요구하는 기성세대의 강요가 가정폭력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여성보호센터 https://nurturingchange.org 아태성폭력연구소 https://www.api-gbv.org
<하은선 기자>